요즘 ‘전략’이란 단어가 여기저기서 난무한다. 학생들은 학습전략, 구직자는 취업전략, 신혼부부는 내집 마련 전략, 퇴직자는 제2 생애 노후전략을 이야기한다. ‘전략’이란 말을 붙여 놓으니 멋스럽기는 한데, 전략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전략의 고전을 쓴 병법가 손자는 ‘한정된 군사를 운용해 적을 상대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전쟁에서 전략이 싹텄다는 말이다. 현대에 들어 그 의미가 폭넓게 쓰이는 이 전략은 종종 ‘선택과 집중’이란 말로 요약된다. 말은 참 멋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수억원을 내고 받은 컨설팅 결과대로 전략이 실행되지 않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 답은 아마도 값비싼 학원비를 내고 수업을 들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배운 만큼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략은 고민의 산물이고, 성과는 실행의 산물이다.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전략의 핵심이 선택과 집중이라면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한정된 자원을 핵심적인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기업 경영에서 한정된 자원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흔히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돈), 시간 등이다. 이것들을 어디에 투입하는지가 전략 실행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신사업이 중요하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도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유가 뭘까. 아마도 그 이유는 회사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박 상무가 여전히 기존 사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카메라 필름 제조업체의 대명사 이스트만코닥이 그랬다. 이 회사의 엔지니어 스티븐 새슨은 1975년 이미지 센서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국가 기술혁신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임원들은 그 사업을 기피했다. 한참 돈 잘버는 필름 사업을 떠나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에서 고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코닥 내부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고, 결국 전자업체들에 발목이 잡혔다. 코닥은 법정관리 기업으로 전락했다.

경영진이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하자고 하는데도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유는 그 회사가 공장 설비 개선에 돈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노후 설비를 그대로 두고, 직원도 새로 채용하지 않는데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남아 있을 리 없다. 회사가 돈을 쓰면서까지 육성하고픈 의지를 보여야 직원들이 진심으로 전략을 믿는다.

경영진이 중국 사업에 사운을 걸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유는최고경영자(CEO)가 중국지사에 자주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리라. CEO가 관심을 갖고 시간을 내 사업장을 방문하지도 않는다면 어느 직원이 그 전략을 믿고 청춘을 걸겠는가 말이다.

그럼 이번에는 이 세 가지, 즉 사람, 돈, 시간을 투자해서 전략을 성공시킨 기업을 만나보자. 중국에서 최고 브랜드로 평가받는 이롄(한국명 ‘이랜드 차이나’)은 전략의 성공이 실행에 달려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회사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내며 수백억원의 누적 적자로 폐업 직전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성장률이 50%에 육박한다. 전략이 좋아서일까. 그건 절반만 맞는 답이다.

박성수 회장은 본격적으로 중국 진출 전략을 강화하면서 중국 근무 지원 자격을 인사 고과 평가 ‘A’를 받은 정예사원으로 한정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중국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임하라”며 주재원들의 중국 체류 연한을 없앴다.

그렇다고 이롄에 한국인 직원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롄 전체 임직원 3만900여명(판매직원 2만8000명 포함) 가운데 한국인은 270명으로 0.7%에 불과하다. 대신 2004년부터 매년 현지인 우수사원 20명을 뽑아 6개월 동안 어학연수와 한국 본사 근무를 시킨다. 이 중 우수 인력을 다시 선발해 1년짜리 EMBA 교육을 보내 고급 인재로 키운다. 이렇게 키운 인재 중에는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되는 직원도 있다. 그래도 이롄은 계속 직원들에게 투자한다. 무엇보다 박 회장 자신이 매년 3개월 정도를 중국에서 보낸다. 사람과 돈, CEO가 시간을 투자한 사업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냉정하게 보자. CEO가 전략이 소중하다고 말했다고 해서 직원이 그 전략을 믿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은 CEO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고 회사의 진심을 가늠한다. 전략 실행이 고민스러운 경영자라면 한 번 고민해보자. 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 하고 말이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