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 발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나로호 발사를 주관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4일 오전 나로호 로켓을 발사대로 이동시키고 오후엔 발사체를 하늘을 향해 세우는 ‘기립’ 작업에 들어간다. 2009년, 2010년에 이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도전을 위한 최종 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호 총 조립, 발사대 정비 등 모든 준비를 차질없이 마쳤다”고 설명했다.

◆발사 9분간 펼쳐지는 우주쇼

나로호는 발사 최종 순간까지 분초를 쪼개는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발사 하루 전 리허설을 갖고 발사일에는 로켓 연료인 케로신(항공 등유)과 액체산소를 주입한다. 로켓을 지지하던 기립 장치를 발사대에서 떼어내면 모든 발사 준비가 끝난다. 발사 15분 전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오후 3시30분 발사하는 나로호는 이륙 후 54초(고도 7㎞) 만에 음속을 돌파하고 232초(고도 193㎞)에는 1단 로켓을 분리한다. 453초(고도 305㎞)에는 2단 로켓의 임무가 종료되고 540초(9분) 뒤에는 나로과학위성을 분리하는 최종 임무를 수행한다.

고도 305㎞까지 올라갈 1, 2단 로켓의 안정적인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과 나로과학위성이 우주에서 초속 8㎞의 속도를 내는 게 발사 성공의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2009년 1차 발사 때는 위성 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않으면서 위성의 속도가 초당 6.2㎞까지 떨어져 우주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고 2010년 2차 발사 때는 고도 67㎞ 부근에서 로켓 내부의 폭발이 일어나 우주 진입에 실패했다. 1단 로켓을 맡은 러시아와 2단 로켓·위성 등을 담당하는 한국의 기술력이 조화를 이뤄야 발사에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나로호 발사의 최종 성공 여부는 나로과학위성과 지상 간의 교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발사 2시간20분 뒤에는 노르웨이 지상국을 통해 첫 교신을 시도하고 12시간 후에는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교신을 진행한다. 나로호가 임무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10번째로 ‘우주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국제사회는 자국 영토에서 국산 발사체로 국내 기술로 만든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릴 때 우주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 등 주변국이 모두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도 발사체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며 “로켓 발사 경험 전반을 획득한 나로호 사업은 2021년 독자 기술로 개발할 한국형 발사체로 가는 징검다리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낙뢰·바람·비 등 날씨 3대 변수

나로호 발사의 최대 변수는 로켓에 영향을 미칠 날씨다. 기상청이 26일 제주도 등 남부 지방에 저녁부터 약한 비가 시작돼 2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해 발사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기상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켓 발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구름이다. 전기를 띤 구름 안에서는 정전기가 발생하는데 나로호가 구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전자장비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서다. 바람의 세기도 고려해야 한다. 지상풍이 초속 15m로 불거나 높은 고도에서 바람이 초속 100m로 불면 나로호가 비행 중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생긴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약한 비는 로켓 발사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구름과 바람이 많으면 발사를 연기할 수도 있다”며 “발사 당일 공군에서 초계기를 세 차례 띄워 구름의 두께와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후 발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로과학위성 리허설…교신 작업 '준비 완료'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23일 우주로 쏘아 올려질 나로과학위성과의 교신 최종 리허설을 이상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리허설은 나로호가 발사된 후 12시간 가까이 지난 27일 오전 2시57분부터 14분 동안 위성이 연구센터 지상국과 교신을 한다는 가정 아래 이뤄졌다.

KAIST 관계자는 “우주로 올려진 위성의 심장이 제대로 뛰는지, 팔다리는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게 지상국과의 교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