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입장료 적게받는 나이트클럽
고객집단 활성화한 대표적 사례
통신사와 동반성장 모델 삼을만"

장대철 < KAIST 경영대학원 연구교수 >
[시론] 콘텐츠 육성 '양면시장 전략'을

최근 비즈니스 영역에서 생태계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생태계를 설명하는 원리가 무엇인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경제학에서는 생태계를 설명할 때 ‘양면시장(two-sided market)’ 이론을 사용하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이트클럽의 예를 들어보자. 나이트클럽에서 남성 고객과 여성 고객의 입장료가 다른 것이 일반적인데 여성의 입장료가 대부분 남성보다 낮고 심지어 무료인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여성 고객이 남성 고객보다 나이트클럽에서 느끼는 효용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면 각 소비자의 효용에 따라 가격을 설정한다는 일반 경제학 이론과 별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 집단이 느끼는 효용이 같더라도 나이트클럽 입장에서는 두 집단의 입장료를 다르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남성은 여성이 많을수록, 여성은 남성이 많을수록 효용이 높아지는데 특히 남성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에게 입장료를 낮게 받으면 여성 고객이 늘어나게 되는데 일부 입장료 수입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남성 고객 증가와 이로 인한 수입창출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즉 다양한 고객 집단 중 어느 한쪽의 입장료를 낮게 함으로써 나이트클럽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것을 기업 생태계에도 적용해보면, 과거의 패러다임에서는 기업이 한 번에 하나의 고객 집단만 상대하면 됐다. 하지만 생태계가 중요해지면서 기업이 한 번에 둘 이상의 고객 집단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애플, 구글, 삼성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스마트 기기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어떻게 하면 많은 콘텐츠 업체(고객집단1)와 이용자(고객집단2)를 참여시켜 생태계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점차 양면시장이 주도하는 경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피처폰이 일반적이었던 때 모바일 게임 등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의 영향력이 콘텐츠 업체에 비해 매우 컸기 때문에 전체 수입의 50% 이상을 이동통신사가 가져가는 경우도 많았다. 콘텐츠 업체의 규모는 영세했고 관련 생태계도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이 활발해지고 이동통신사의 영향력이 다소 약해지면서 콘텐츠 업체와 이동통신사 간에 7 대 3이라는 수익배분율이 자리잡게 됐고, 이는 관련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강남스타일’을 부른 가수 싸이가 국내 음원 판매로 받을 저작권료 수입이 3600만원에 불과하고 이는 해외에서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얻을 것이라는 사실과 대비된다는 최근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낮게 설정된 음원 가격뿐 아니라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음원사이트가 가져가는 현재의 수입 배분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음원 관련 생태계가 미국 등에 비해 열악한 것을 생각한다면 콘텐츠 산업이든 음악 산업이든 생태계를 고려한 양면시장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최근 콘텐츠 업체와 통신사 간에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다소 성급하게 결론을 지으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트래픽 관리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물론 트래픽 증가 등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정책 결정도 중요하겠지만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상황에서는 충분한 연구와 토론을 통한 합의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ICT 강국으로서 정책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동시에 긴 안목에서 전체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콘텐츠 업체의 참여와 혁신이 줄어들면 생태계는 성장을 멈추고 이는 고스란히 이용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여성 고객이 떠나면 남성 고객도 떠나고 다시는 아무도 그 나이트클럽을 찾지 않는 것처럼.

장대철 < KAIST 경영대학원 연구교수 nozajang@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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