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500억 자산가, 개포주공 재건축 서둘러 산 까닭은…
서울 테헤란로에 빌딩 3동을 보유한 500억원대 자산가인 박모 사장(서울 압구정동·56)은 최근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42㎡(옛 13평) 아파트를 5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9·10 부동산 대책’으로 연말까지 1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취득세가 절반으로 줄면서 주택 시장이 반등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사장은 “2008년 12월 최저 실거래가격(5억3400만원)으로 내릴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최근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가 올라 급하게 계약서를 썼다”며 “재건축 이후 미혼인 아들의 신혼집으로 써도 되고, 장기간 보유해도 은행 이자보다는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강남부자들이 다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예전과 같은 단기 시세차익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저금리 시대를 맞아 재건축 아파트만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자녀들에게 현금이나 주식 같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을 물려주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2008년 가격으로 떨어진 강남 재건축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은 5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8만4149가구의 2008년과 현재 시세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40%에 달하는 3만3473가구가 4년 전과 비슷한 가격을 보였다.

개포동과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강남구 재건축 단지 2만2855가구 중 1만5083가구(66%)의 가격은 2008년을 밑돌았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2㎡는 2008년 2613만원(3.3㎡당)에서 2433만원으로, 112㎡는 2859만원에서 2505만원으로 각각 내렸다. 개포동 주공 1단지 52㎡도 같은 기간 5361만원에서 4835만원으로 하락했다.

송파구의 경우 재건축 아파트 2만151가구 중 4894가구(23%)의 가격이 2008년 수준에 못 미쳤다. 신천동 미성 168㎡는 2051만원(3.3㎡당)으로, 2008년 2429만원보다 378만원 떨어졌다. 잠실동 우성 1차 148㎡도 2008년 2965만원에서 현재는 2249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개포동 개포공인 채은희 대표는 “1단지 42㎡의 경우 2억원 안팎의 분담금을 내면 30평 이상을 배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기간을 감안해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은 ‘증여’에 유리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부동산이 금융자산보다 유리하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융자산은 시가인 증여일 현재 잔액(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 종가)이 증여재산이다. 매매 사례가액이 존재하는 아파트의 경우 현재 시세로 평가한다.

아파트는 대출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개포주공 1단지 42㎡의 경우 매매가 6억원 중 전세금 7000만원을 뺀 5억3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여윳돈이 있더라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편이 세테크 측면에서 훨씬 낫다. 5억3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증여세만 810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3억원을 금융권에서 대출받고, 1억원은 자녀의 연봉으로 소명자료를 낸다. 나머지 1억3000만원만 증여세(약 900만원)를 내고 증여한다. 자녀의 연봉이 많다면 증여액을 더 줄이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임성환 알리안츠생명 WM센터차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증여세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세테크로 유용하다”며 “최근 담보대출 금리가 3%대 수준까지 떨어져 ‘레버리지 효과’(은행 대출 등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것)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미니 신도시 개포지구 관심

강남 부자들은 재건축 이후 1만가구 이상 ‘미니 신도시’로 조성되는 개포지구 일대가 상승 여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치동과 도곡동 등 기존 고급 주택지와 가깝고 대지 지분이 높아 추가 분담금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개포 1·2·3·4·시영 등 5개 단지는 재건축 이후 1만5000여가구의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어서 기대감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5개 개포지구 단지 중에서는 최근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85㎡(옛 33평)를 배정받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대지 지분이 많은 주택이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1단지 42㎡와 3단지 42㎡, 시영 40㎡ 등이 대표적이다. 매매 가격이 6억원 수준인 1단지 42㎡는 대지 지분(옛 17.24평)이 높은 편이다. 현재 시세가 각각 6억3000만원과 4억9000만원인 3단지 42㎡(대지 지분 16.94평)와 개포시영 40㎡(대지 지분 15.83평)도 강남 부자들이 많이 찾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개포지구 입주는 2017년으로 늦은 만큼 자산 운용에 여유가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