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평 1조립공장에 근무하는 김희철 씨(46)는 월드컵 열기가 가시지 않았던 2002년 10월17일을 잊지 못한다. 대우자동차가 미국 GM(제너럴모터스)으로 인수돼 GM대우로 출범한 날이다. 김씨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됐던 1600여명의 동료들도 대부분 복직했고 생산규모도 예전 모습을 찾았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판매대수 5배

한국GM은 출범 이후 10년 동안 총 1517만3821대를 생산했다. 국내외 판매대수는 2002년 37만7237대에서 지난해 205만1974대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탄탄한 수출경쟁력을 바탕으로 본사인 GM도 흔들린 금융위기를 견뎌냈다. 매출은 지난해 15조원을 넘어섰다. 출범 초기 4조원 대비 약 4배 성장했다. 임직원 수는 출범 첫해에 비해 2배 이상(8299명→1만7000여명) 늘었다.

매년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덕분이다. 부평 디자인센터(2003년)부터 보령 파워트레인공장(2004년), 군산 디젤엔진공장과 창원 엔진공장(2006년), 청라 주행성능시험장(2007년), 서울 선행디자인 스튜디오(2010년)를 차례로 갖추면서 생산, 연구·개발 핵심시설을 확충했다.

그 결과 2002년 라세티를 시작으로 10년간 총 34종에 달하는 신차를 국내외에 출시했다. 지난해 3월에는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고 올란도, 아베오, 말리부 등 지난해 7개 신차를 쏟아냈다. “대우차 꼬리표를 떼고 미국 차로 탈바꿈한다”는 ‘먹튀’ 논란이 일었지만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서비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고급 브랜드로 도약

한국GM은 글로벌 경차, 소형차 개발본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GM이 개발한 경차 ‘스파크’는 미국에서 인기다. 지난 8월 출시 2달 만에 6300여대가 팔렸다. 미국 본사는 물량이 부족해 한국에서 주문을 늘렸다. 이달부터 수출을 시작하는 소형 SUV 트랙스도 한국GM의 작품이다.

한국GM은 대중 브랜드는 쉐보레로, 프리미엄 럭셔리카는 캐딜락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캐딜락 본사는 두 달 전 서울에서 부평으로 이전했고 영업, 마케팅 부문은 통합 운영하고 있다. 다음달 캐딜락 ATS를 출시하고 내년부터 다양한 신차를 들여올 계획이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올초 부임하자마자 스포츠카 콜벳을 출시했고 예년보다 5000억원 증가한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호샤 사장은 “디자인센터를 지금 규모의 두 배로 확장하는 만큼 이곳에서 다양한 신차가 개발될 것”이라며 “파업으로 총 4만8000대의 생산 손실을 회복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