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자영업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자영업멘토링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선정한 10개 점포를 대상으로 4개월간 컨설팅을 실시해 매출이 부진한 자영업점을 성공점포로 바꾸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경자영업지원단 소속 컨설턴트들의 업체별 컨설팅 내용을 매주 월요일자 ‘자영업길라잡이’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주최: 한경ㆍIBK기업은행ㆍ우리은행

Q. 서울 행당동 한양대 앞에서 무한리필 치킨점을 운영하는 박수흥(56)입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다보이는 대로변 지하에 148.5㎡(45평) 매장을 내고 K치킨 가맹점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부동산중개업, 편의점 등 다양한 업종으로 자영업을 해왔습니다만, 외식업은 올해가 처음이라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지금의 매장에서 순댓국집을 했으나 주방장 관리가 힘들어 6월 초 치킨점으로 업종을 바꿨습니다. 대학상권에 속해 입지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점 이후 적자가 누적돼 고민이 많습니다. 한달 매출이 700만원 안팎으로 대학상권 치고는 적은 편인 데다 매출 대비 원재료비가 70%를 넘어 이익을 낼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매출에서 재료비를 빼고 인건비(200만원), 임대료(120만원) 등을 제하고 나면 매달 적자를 면할 길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흑자를 낼 수 있을지 도움을 청합니다.


블로그 통해 학생모임방 홍보…낮에는 떡볶이점 운영해볼만

A. 대학가 상권의 최대 단점은 방학 기간 중 매출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주 고객이 학생들이다보니 단가는 낮고 양은 푸짐해야 한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더욱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된 이후 우후죽순 음식점 창업이 늘어난 데다 내수경기 부진이 겹쳐 박리다매형의 장사가 아니면 생존이 힘든 지경이 됐습니다.

외식업에 문외한인 의뢰인이 섣불리 무한리필 치킨 장사에 뛰어든 것은 상당한 모험으로 보입니다. 치킨 한 접시를 6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데다 무한리필을 하기 때문입니다. 학생 둘이서 치킨 한 접시를 시키고 리필을 계속 요구하면 이익은 고사하고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매출 대비 원가비율이 70%를 웃돈다면 이를 해결할 묘책은 없다고 봅니다.

이 가게의 운영 형태를 보면 치킨 메뉴 10여가지와 호프가 거의 전부인데, 가게의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치킨호프점이란 원래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일정량의 맥주를 반드시 마셔야 리필이 가능하다는 내부 규칙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규칙들이 미흡합니다. 이러다보니 이 가게는 오로지 치킨에 대한 식욕을 채우는 매장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치킨을 실컷 먹은 뒤 정작 술 마실 때는 다른 가게로 옮긴다는 것입니다.

점포 이미지와 영업 방식을 대대적으로 혁신하지 않는 한 경영수지가 개선될 여지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몇 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첫째, 무한리필이라는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한양대 인근 상권은 홍대나 신촌처럼 서울 전역에서 모여드는 광역 상권이 아니라 한양대 학생들이 드나드는 좁은 상권입니다. 간판도, 메뉴도 한양대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고객의 90% 이상이 한양대 학생들인 만큼 간판부터 한양대에 대한 소속감이 물씬 풍기도록 바꾸고, 메뉴도 한양대 학생들을 위한 것을 고안해야 합니다. 예컨대 한양대 스페셜 메뉴, 한양대 커플 세트, 한양대 동아리 염가 세트 등을 만들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매장은 지하에 있고 어두워 입지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입니다. ‘한양대 호프’라는 명칭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학생들의 모임방으로 제격이라는 블로그 홍보를 해야 합니다. 입지가 불리한데도 이 가게는 20여명이 회식할 수 있는 방을 두 곳이나 갖추고 있습니다. 방 안에는 무료로 놀 수 있는 노래방 시설도 꾸며 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치킨호프점과 차별화되는 매장구조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널찍한 독립공간을 갖추고 있어 블로그를 통해 예약 시 회의와 모임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원하는 금액에 맞는 안주와 술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 합니다. 블로그를 꾸밀 때는 매장의 변화된 모습과 한양대 관련 사진들로 디자인하되 한양대 학생들에게만 특혜를 부여한다는 느낌을 줘야 합니다. 블로그를 통한 예약 시 10% 할인행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한양대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합니다. 대학에서는 입학, 졸업, 축제, 동아리, 스터디그룹 등 각종 모임이 많습니다. 언제 어떤 모임이 있는지, 졸업·입학은 언제인지, 시험기간은 언제인지 등에 대한 월별 DB를 구축하고 틈틈이 할인 쿠폰, 전단지, 소주 한 병 무료 쿠폰 등을 보내야 합니다. 이를 받는 고객 입장에서는 처음엔 귀찮은 한 통의 SNS나 전단지, 쿠폰이겠지만 자주 받다보면 ‘이런 가게가 내 학교 주변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모임이 있을 때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입니다.

넷째, 이원화된 영업전략이 필요합니다. 점심과 저녁의 주력 메뉴를 다르게 가져가라는 뜻입니다. 점심 때 영업을 시작해 오후 5시까지는 떡볶이점으로 운영하고, 저녁시간에 호프집으로 변신하는 방안입니다. 점심 시간에 학생들은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해 캠퍼스 안을 서성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가 상권에서 유명한 즉석 떡볶이점들을 벤치마킹해 떡볶이에 밥을 볶아먹는 형태의 점심메뉴 구성이 바람직합니다. 저녁에는 이를 활용해 즉석 해물 떡볶이찜을 술 안주로 내놓는 방안도 나올 수 있습니다.

다섯째, ‘곱셈의 법칙’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는 물 한 잔을 마셔도 마음 편히 마실 수 있다면 그 가게를 가장 오랫동안 기억할 겁니다. 영업시간이 끝나도 손님이 갈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점주든, 종업원이든 명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메뉴구성이 잘돼 있고, 블로그를 통해 홍보가 잘되고 있어도 종업원이 한번 실수하면 오랜 시간 쌓아올린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어떤 숫자에든 ‘영(0)’을 곱하면 ‘영’이 되고 말죠. 종업원에 대한 서비스 교육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외식업은 꾸준한 인내가 필요한 사업입니다. 주머니가 얇은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매장은 더욱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소비심리 파악에 관심을 집중해야 합니다.

정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도움말=장형심 ‘외식과창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