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재생의학연구소 교수(50)와 존 거든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든연구소장(79)의 공통 키워드는 ‘혁명·실용’으로 집약된다.

야마나카 교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의 세계적 권위자로, 거든은 핵이식 및 복제 분야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노벨상 위원회는 “야마나카와 거든이 인간의 세포와 기관이 어떻게 발육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 혁명적 변화를 불러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만능줄기세포 발견한 야마나카

야마나카 교수의 노벨상 수상은 논문 발표 6년 만에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학계에선 아직 완전한 임상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노벨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기존의 기초과학이 아닌 신기술 내지 미래지향적 실용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야마나카 교수는 2006년 이미 다 자란 성인의 체세포에서 인간의 모든 장기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원시 줄기세포(역분화 줄기세포·iPS)를 발견했다. 줄기세포를 난자가 아닌 피부세포에서 추출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5년 뒤인 2011년 기술에 대한 특허를 미국에서 승인받았다. 역분화 줄기세포 특허등록이 이뤄지기는 역사상 처음이었다.

야마나카 교수가 발견한 iPS는 난자를 이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정란을 조작해 만드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생명윤리 논란에서 자유롭다. 또 환자 체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이 생기지 않는 이상적인 줄기세포로 알려져 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날 NHK와의 인터뷰에서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며 “내년에 망막 질환 치료에 응용하는 임상 시험이 시작되고 수년 안에 심장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마나카 교수팀은 올 들어 iPS세포를 활용한 재생의료 연구에서 망막질환인 노인황반변성 치료의 첫 임상연구를 일본 정부에 신청해놓은 상태다.

○복제의 기틀을 만든 존 거든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영국의 존 거든은 복제의 미래를 연 인물이다. 그는 1962년 세포의 특화 과정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예컨대 개구리 알 세포의 성숙하지 않은 세포 핵을 성숙한 창자 세포의 핵으로 교체, 이를 올챙이로 탄생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생명의 신기원을 발견했다. 성숙된 세포의 DNA가 개구리의 모든 세포로 성장할 수 있음을 발견한 그의 공적은 생명공학에 새로운 기원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문 케임브리지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거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야마나카·거든 두 사람은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한 최고 과학자의 영예와 함께 상금 800만크로네(약 14억원)를 나눠 갖는다.

이준혁/김태훈 기자 rainbow@hankyung.com

■ 유도만능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피부 등 체세포에 유전자나 특정 단백질을 넣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만든 세포다.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고 분열능력에 한계가 없으면서도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