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 스타일’ 열풍이 거세다. 싸이가 세계 정상급 가수로 성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공만으로도 한국 문화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일로 평가할 수 있다.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 인기를 얻은 것은 무엇보다도 싸이 개인의 실력과 매력 덕분이다. 하지만 개인이나 일부 기획사의 노력만으로 대중음악 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싸이의 성공을 더 큰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중음악산업의 토양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중음악 육성과 관련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비(非)영어권이면서 인구가 900만여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적인 대중가수와 작곡가를 다수 배출했다. 스웨덴 출신으로 통산 음반 판매량이 5000만장을 넘는 그룹만 아바, 록셋, 에이스오브베이스 등 3개나 된다. 작곡 및 프로듀싱 분야에서도 스웨덴 음악가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웨덴 대중음악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데는 ‘스톡홀름 뮤직 클러스터’가 큰 역할을 했다. 음반 제작회사와 유통업체 등 1만5000여개 음악 관련 기업이 밀집한 스톡홀름 뮤직 클러스터의 특징은 1인 스튜디오가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다. 기업화된 대형 스튜디오가 음악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과 대조적이다.

음악가들이 고등학교나 음악 아카데미에서 시간제 강사로 일하면서도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스웨덴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1인 스튜디오 활동을 뒷받침한다. 스웨덴 대중음악가들은 생계에 대한 걱정을 비교적 덜 하면서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스웨덴 정부는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중음악에 정부 예산을 투입한 국가다. 지금도 대중음악 공연과 음반 제작 등에 필요한 비용 중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Export Music Sweden’이라는 대중음악 수출 지원 업무를 하는 협회도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의 수준 높은 음악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스웨덴은 학교에서 음악이론, 연주, 작곡, 평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 교육을 한다. 학교에서 대중음악을 가르친다는 것도 스웨덴 음악 교육의 특징이다. 스웨덴은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로 1980년대부터 대중음악을 공교육 과정에 포함시켰다. 학교에서 대중음악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독특한 교육이 대중음악 발전의 토대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과 싸이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가능성은 확인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대중가수와 작곡가가 계속 나오기 위해서는 폭넓은 저변이 뒷받침돼야 한다. 음악가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나아가 국민 전체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해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leehw@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