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운 계약서’다. 안철수 후보에게 제기되는 허다한 의혹 중에 안 후보가 시인하고 사과한 첫 사례다. 부동산에 관련된 것만 해도 벌써 세 번째다. 재개발지역 아파트 딱지를 산 것이나, 모친 소유의 아파트에 살았으면서 전세살이를 했다고 밝힌 것 등 위선적 행동이 양파껍질처럼 이어지고 있다. 안 후보는 다운계약서 작성에 대해 “잘못된 일이고 국민께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저녁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다운 계약서가 당시엔 관행이었고, 부동산 중개업자가 작성한 것’이란 전제가 붙었다. 그가 창업한 안랩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등 숱한 의혹에 대해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교수가 소위 강남3구에 속하는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아파트(49평형)를 2억5000만원에 샀다고 신고한 때는 2001년이다. 당시 기준시가는 최저 4억2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 수준이었고, 실거래가격은 6억500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준시가 중 최저가(4억2000만원)를 기준으로 할 때 취득세(2%)와 등록세(3%) 세액은 2100만원이다. 실거래가격으로 하면 3250만원 정도가 된다. 850만~2000만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계산이다.

다운계약서가 작성된 2001년은 실거래가격 신고가 의무화되기 3년 전이긴 하다. 법률적으로 책임져야 할 시기가 아니지만 눈감고 넘길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하급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수준에서도 한참 모자란다. 안 후보는 그의 저서인 《안철수의 생각》에서 “탈세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서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률을 위반하는 적극적인 부패 외에 사회적 공익성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도 넓은 의미의 부패”라고 못박았다.

스스로 밝힌 기준에 따르면 안 후보는 ‘일벌백계로 처벌해야 할 부패행위를 한 사람’이 된다. 게다가 일각에선 그의 논문 표절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젠 그가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했던 기존 정치인에 비해 어떤 면이 더 나은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