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있으면 다시 보조금이 오를 겁니다. 지금 스마트폰을 사면 비싸니까 이름이랑 연락처 적어놓고 가시면 연락드릴게요.”

지난달 14일부터 국내 통신3사는 ‘보조금 전쟁’을 벌였다. 클라이막스는 이달 8일부터 사나흘 동안이었다. 통신 3사 모두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 ‘갤럭시S3’를 할부원금 기준으로 17만원에 판매하며 경쟁사 고객들을 끌어오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할부원금은 통신사의 약정 요금할인 등을 제외하고 스마트폰 제품 값으로만 받는 금액이다. 제조사조차 당혹스러워할 정도로 낮은 가격이다.

통신사들의 고객 유치경쟁으로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1주일간 번호이동 건수는 68만6985건에 달했다. 역대 최고 수치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의 번호이동 건수가 76만9507건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보조금 과열 경쟁’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지급 현황에 대해 지난 13일부터 조사를 시작한 뒤로 번호이동 숫자는 급감했다. 15일부터 1주일 동안 번호이동 건수는 15만7292건으로 전주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이다. 하루에 2만2000건꼴로 방통위가 시장 과열을 판단하는 기준인 2만4000건을 밑돌았다.

언뜻 보면 ‘시장 정상화’로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이번 주 들어 서울 시내 한 판매점에 문의해본 결과 “며칠 지나 방통위 조사가 끝나면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다시 풀 것”이라며 “급하지 않다면 예약만 하고 가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상당수 소비자들도 보조금이 다시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의 지인은 “친구는 17만원을 주고 갤럭시S3를 샀는데 지금은 50만원을 줘야 같은 제품을 살 수 있다고 한다”며 “보조금 경쟁이 언제쯤 다시 시작될 것 같으냐”고 묻기도 했다.

최근 불붙었던 보조금 경쟁은 통신사들이 올해 안에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목표를 채우려고 하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동안 굳어졌던 통신시장 점유율 구도가 깨진 것도 한 이유다.

보조금 경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단기적으로 보면 값비싼 스마트폰을 헐값에 구입한 소비자들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제살 깎아먹기’ 수준의 경쟁을 계속한다면 이로 인한 손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악화로 불가피하게 요금을 올리게 됐다’는 얘기를 듣는 때가 올 수 있다.

이승우 IT모바일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