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 시승 코스 안내 부탁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목적지를 설정해드리겠습니다.”

기아자동차 준중형 신차 K3에 적용된 텔레매틱스(차량무선인터넷) 시스템 유보(UVO)는 콜센터 안내 기능은 물론 스마트폰 원격제동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형차 같은 준중형차’를 표방할 만큼 동급 차량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편의 장비로 무장했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거리)가 커져 실내 공간이 넉넉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국내 전 차종 가운데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 아반떼보다 차값을 높게 설정할 정도로 자존심을 세운 기아차의 야심작이다.

○커지고 낮아진 차체

이전 모델인 포르테보다 커졌다. 전장(길이) 4560㎜, 전폭(너비) 1780㎜, 전고(높이) 1435㎜, 휠베이스 2700㎜의 크기를 갖췄다. 포르테보다 전장과 휠베이스를 각각 30㎜, 50㎜ 크게 만들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전고는 25㎜ 낮춰 날렵한 유선형 쿠페 스타일의 느낌을 줬다.

기아차는 K3의 외관 디자인 컨셉트를 ‘다이내믹 머스큘레러티(역동적인 근육미)’라고 설명했다. 절제와 단순함이 강조됐던 포르테와 달리 K3는 역동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다. ‘호랑이코’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렬하게 다가오고 헤드램프는 독수리의 눈을 닮았다.

화려한 듯한 겉모습과 달리 실내 디자인은 정리가 잘 돼 있어 다소 얌전해 보인다. 대시보드는 앞으로 쭉 뻗어 있고 플라스틱 재질은 K3의 급을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이다. 센터페시아의 각도가 운전자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어 한눈에 들어온다. 윤선호 기아차 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차체 높이를 낮춰 공기역학적으로 만들면서도 실내 공간을 넓혀 실용성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유보 시스템 첫 적용

스마트폰으로 원격제어와 차량관리를 할 수 있는 기아차의 차세대 텔레매틱스 서비스 유보를 준형차에는 처음 적용했다.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 터치 버튼을 이것저것 눌렀다. 반응이 민감하고 화면전환이 자연스럽다. 목적지를 설정하기 위해 룸미러 아래 유보 버튼을 누르자 전용 콜센터로 연결됐다. 안내원에게 ‘K3 시승회 코스’를 요청하자 자동으로 내비게이션 안내가 시작된다. ‘00동 공영주차장’ ‘발레파킹 가능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을 요청해 안내받을 수 있다. 유보의 기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거리에 상관없이 원격제어를 할 수 있다.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켜주는 차세대 VDC(차체자세제어장치)인 VSM을 전 모델에 채택했다.

○고속에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출발해 보광 휘닉스파크까지 100㎞의 왕복구간을 달렸다. 적당히 굽은 길과 직선로, 고속도로가 섞여 있는 코스다. 가속은 부드럽고 엔진음도 자연스러웠다. 저속기어에서 치고 나가는 힘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곡선주로에 들어서자 K3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 VSM이 위력을 발휘했다. 기아차 특유의 단단한 느낌의 서스펜션과 조화를 이뤄 갑작스런 방향전환에도 무리없이 차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횡계IC를 거쳐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약 29㎞를 달리는 구간에서는 고속주행성능을 확인했다. 핸들의 무게감을 운전자의 취향이나 주행상황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플렉스스티어’의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오른발에 힘을 주었다.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면서 조향 안정성이 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시속 160㎞의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보였다.

차값(자동변속기)은 △디럭스 1492만원 △럭셔리 1677만원 △럭셔리 에코 플러스 1788만원 △프레스티지 1841만원 △노블레스 1939만원이다. 아반떼보다 13만원가량 바싸다.

평창=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