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수입산 美와인에 명칭 허용 제안…佛업계 강력 반발

프랑스 와인을 상징하는 '샤토'라는 명칭이 유럽에 수입되는 미국산 와인 이름으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프랑스 와인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샤토 와인은 '떼루아'(terroir)라고 불리는 특유의 재배 환경에서 생산된 포도로만 만든 와인을 이르며 프랑스 와인의 고유 명사로 쓰인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에 수입되는 미국산 와인에도 이 명칭 사용을 허용하자고 제안, 이달 말 해당 조치가 승인되면 여러 가지 지형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수입산 와인에도 샤토라는 이름이 붙을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와인업계는 해당 조치가 샤토 와인의 전통을 해치고 소비자들에게도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샤토 와인의 주 생산지인 프랑스 지롱드주(州) 보르도 와인업계 관계자들은 17일 EU 집행위의 계획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프랑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회의를 열 예정이다.

프랑스 와인업계는 정부가 EU 집행위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업계 차원에서 가능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지롱드주 와인 협회의 로랑 가펜 회장은 르 파리지앵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샤토라는 이름은 소비자에게 품질을 알려주는 지표라고 강조하면서 EU 집행위의 결정으로 프랑스에서 샤토의 명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펜 회장은 "미국은 (포도 재배 환경과 무관하게) 코카콜라나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 이름으로만 샤토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이라며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야할 EU 집행위가 이 조치를 승인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