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콘텐츠 유통을 장악하면서 정보기술(IT)업계의 강자로 올라섰다. 2007년 스마트폰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했지만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를 앞세워 IT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IT산업의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단말기(D)’ 영역은 유기적으로 융합됐다. 그 정점에는 앱을 포함한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콘텐츠 유통에 혈안인 이유다.

○구글의 반격

최근 콘텐츠 유통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기업은 단연 구글이다. 구글은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튠즈와 유사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를 지난 3월 만들었다.

기존 앱 장터인 안드로이드마켓에 구글뮤직과 e북스토어를 합친 것이다. 콘텐츠 유통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구글은 지난 6월 개최한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에서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앱이 60만개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한 주 앞서 애플은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앱스토어에 65만개 앱이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콘텐츠 규모에서 열세였던 구글이 비로소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앱 부문에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구글은 또한 애플처럼 앱 장터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나섰다. 통제력을 강화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구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광고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전체 수익의 30% 이상을 콘텐츠 유통에서 얻는 것과 비교된다.

구글은 7월31일 앱 개발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앱 규제 강화책을 내놨다. 유해 콘텐츠는 물론 스팸을 보내는 앱, 검색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없는 키워드를 등록한 앱, 사용자의 동의 없이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는 앱 등을 모두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구글은 애플의 강력한 통제와 달리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허용했다. 앱 검수 기간도 짧고 까다롭지 않아 앱 개발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유로운 운영 시스템이 악성코드, 불법물 등 유통을 방조했고 유료 앱을 공짜로 설치할 수 있는 ‘블랙마켓’도 성행시켰다. 구글 앱 평균 수익이 애플의 절반을 밑도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구글도 더 이상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애플의 수성과 아마존의 추격

애플은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여전히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폐쇄적이지만 깐깐한 앱 관리, 양질의 유료 콘텐츠 확보 등으로 지난해 모바일 콘텐츠 부문 매출 78억5500만달러를 올렸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이 커지고 단말기 간의 성능 차이가 줄어들면서 1위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애플은 앱스토어 품질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지난 2월 앱 검색업체 촘프를 인수해 구글플레이에서 촘프 서비스를 막고 앱스토어 검색 기능 강화에 나섰다. 지난 7일 배포된 개발자 대상 iOS6 베타 버전에 따르면 앱스토어에 촘프 시스템을 적용해 앱 추천 기능을 추가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출발한 아마존도 지난해 태블릿PC ‘킨들파이어’를 내놓고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했다. ‘아마존 앱스토어’를 운영하며 앱 3만여개, 동영상 2000여개, 전자책 100만여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콘텐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단말기를 싸게 내놓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킨들 파이어 HD 등 3종 기기를 새로 선보이며 “아마존은 사람들이 우리 제품(기기)을 살 때 돈을 벌려는 게 아니고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이용할 때 돈을 벌길 원한다”고 말했다. 기기보다는 콘텐츠 판매 수익 확충에 계속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8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도 지난 6월 자사의 앱 장터인 ‘페이스북 앱센터’를 미국, 영국에 열고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3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