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597만6362주)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지분가치는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종가(123만3000원)를 기준으로 7조3688억원에 이른다. 삼성물산 시가총액(10조760억원)의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진단이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2008년 초부터 현재까지 삼성물산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50.3%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작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삼성전자 지분가치 상승만큼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지 않았던 때문이다. 정상협 동양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영업가치가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거나, 삼성전자 보유지분 가치가 너무 할인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더라도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주가 하락 시 든든한 안전판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진에 빠진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주가 측면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 요소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삼성물산 영업가치도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계열사 관련 공사 수주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종효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상반기 2조3000억원의 계열사 물량을 수주했고 하반기에도 추가로 1조원 이상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사상 최대 그룹 공사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건설기업 가치의 중요 요소인 해외 수주도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회사가 연초에 밝힌 연간 수주 예정액을 상반기에 채 30%도 채우지 못했으나, 하반기에는 큰 프로젝트가 많아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용희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40억달러 규모의 젯다, 30억달러의 라빅, 30억달러의 지잔 프로젝트 중 단 하나만 수주해도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사우디 왕족이 주주로 참여한 아크아파워와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돼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택부문의 리스크가 국내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낮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2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지급보증을 한 금액은 약 7900억원에 불과하다. 한종효 연구원은 “미착공 현장은 3600억원짜리 천호동 주상복합사업과 1480억원짜리 부천 중동 프로젝트뿐”이라며 “계획대로라면 하반기 중 두 현장 모두 분양이 완료되기 때문에 연말에는 미착공 PF 규모가 제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