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T에 ‘접시안테나 없는 위선방송(DCS)’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기술발전 추세로 보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는 DCS가 현행 방송 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에서다. 아니 법이 기술을 못 따라가면 법을 고쳐야지 서비스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 말이 된다는 것인지. 더구나 방통 융합을 명분으로 탄생한 방통위다. 이런 시대착오적 기관을 두고 봐야 하나.

국내에는 위성방송을 보고 싶어도 제대로 시청할 수 없는 가구가 전체의 25%에 달한다.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도 그렇다. DCS는 그런 시청자들을 위해 기존 위성방송의 전파 도달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 기술이 법령상 위성방송 요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위성방송은 가입자 직접 수신과 무선국 이용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DCS는 KT전화국이 직접 수신을 하고 유선망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치 교통법이 마차를 핵심 운송수단으로 규정했으면 자동차나 비행기는 만들지도 타지도 말라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그 어떤 기술혁신도 일어날 수 없다. 과거 IPTV가 법에 없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며 수년째 싸움박질만 했던 시절로 완전히 되돌아간 분위기다.

방통위도 그런 비판이 나올까 고민을 하긴 했던 모양이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률 조문대로라면 방송법상 위반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술발전 추세로 본다면 아닐 수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한시라도 서둘러 국회에 법 개정을 위한 협조를 구해야지 당장 서비스부터 중단하라는 게 말이 되나. DCS 기술을 개발한 KT가 반발하고, 이미 서비스를 받고 있는 1만2000여명의 가입자들이 황당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새로운 기술이 제때 꽃 피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고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뒷다리를 잡는 이런 방통위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직무유기를 넘어 그야말로 시대적 퇴행이다. 이러니 이명박 정부의 방통위는 종편으로 정치놀음만 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