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늦더위가 9월 중순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요즘 같은 날씨는 매우 위험하다. 예컨대 땀이 많이 나는 바람에 몸 관리가 쉽지 않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입을 댔다가 잘 유지해왔던 식이요법을 망치기 일쑤다. 틈틈이 자주 운동을 해줘야 하는데 뙤약볕에서 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름은 길어지는데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건강관리에 소홀해지면 합병증이 심해지거나 다른 합병증까지 생길 수 있다. 병원들마다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다.

◆당뇨환자는 당분 적은 음료 자주 섭취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당뇨병 환자 중 40~50대 비율이 41%나 된다. 바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생활, 운동 부족 등으로 당뇨병 환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늦더위 당뇨 관리다.

당뇨 환자들이 늦더위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신기능 저하다. 갑자기 피곤하고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면 신기능 저하를 의심해봐야 한다. 증상으로는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와 거품뇨가 생기는데, 연속으로 3회 이상 거품뇨가 나오면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신기능이 떨어지면 물 마시는 습관부터 혈당 조절을 위한 약제까지 재점검해야 한다. 수분이나 나트륨, 칼륨 등과 같은 전해질의 양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목이 마르다고 물을 너무 많이 마셔도 안 된다. 저나트륨혈증(혈액 중 나트륨이 부족해 수분 과잉으로 부종 상태가 되는 증상)이 발생해 의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일부 혈당강하제(항당뇨 치료제)의 경우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신장의 부담을 더할 수 있고 몸속에 남은 약제가 저혈당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뇨 환자가 신기능이 떨어지면 치료제 선택이나 용량 조절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피곤하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계속해서 거품뇨가 나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약제를 재검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변동성 체크해야

여름에는 외부 온도에 민감해지는 만큼 더위를 피하려고 각종 냉방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고 그만큼 ‘혈압변동성’이 커진다. 김한수 분당21세기내과 원장은 “고혈압 환자의 경우 평소 혈압 관리를 잘했다고 하더라도 변동폭이 크다면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6배에서 15배까지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늦더위에 특히 혈압변동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급격한 온도 변화를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고혈압이 있다면 에어컨으로 실내온도를 확 낮춰서는 안 된다. 냉방을 하더라도 실내외 온도 차가 5~8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면 특별히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덥다고 갑자기 몸에 냉수를 끼얹는 것도 좋지 않다.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여름철임에도 불구하고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소금은 혈압을 올리고 몸을 붓게 하므로 되도록이면 섭취를 줄여야 한다. 갑작스런 혈압 변동을 막는 생활요법과 더불어 꾸준한 약물치료도 중요하다. 최근 들어 반감기(복용한 약의 반이 배출되는 시간)가 긴 치료제가 혈압변동성 조절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칼슘채널차단제의 혈압변동성 감소 효과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실제로 암로디핀(성분명) 계열의 치료제는 하루 1회 투약을 통해 장시간 혈압변동성 조절이 가능한 만큼 검사만 제때 한다면 충분히 고혈압 합병증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철영 강북삼성병원 교수, 김한수 분당21세기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