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동에 사는 김모씨(55)는 내년 3월 만기가 돌아오는 10억원짜리 정기예금을 최근 중도 해지하고 대신 즉시연금에 투자했다. 김씨는 “중도 해지하기가 부담스러워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즉시연금에 투자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예금 금리가 너무 낮아 굳이 만기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며 “연내 가입하기만 하면 평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즉시연금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을 더 매기는 쪽으로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재테크 환경이 확 달라졌다. 요즘 강남부자들 사이에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상품은 생명보험회사들이 판매 중인 즉시연금이다. 손해보험사의 저축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다.
[강남부자는 지금] 반포동 金씨, 10억 예금 해약하고 즉시연금 가입
○저축은행 예금자도 즉시연금으로

[강남부자는 지금] 반포동 金씨, 10억 예금 해약하고 즉시연금 가입
김종호 하나은행 강남PB센터 부장은 “요즘 강남부자들은 세금 문제에 제일 관심이 많다”며 “즉시연금이나 저축보험 등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저축은행이 추가 퇴출될 수 있다는 소식에 저축은행 예금자들도 미리 예금을 인출해 즉시연금에 투자하고 있다고 김 부장은 귀띔했다.

즉시연금의 종류는 세 가지다. 일정 기간 원리금을 나눠받는 ‘확정형’, 매달 이자만 받다 사망 때 원금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속형’, 사망 때까지 연금을 수령하는 ‘종신형’ 등이다. 이 중 확정형과 상속형 가입자는 내년부터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만약 20년짜리 확정형 즉시연금(적용금리 연 4.6% 가정)에 2억원을 넣을 경우 연내 계약하면 매달 약 122만원씩 받지만 내년에 맡기면 103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시연금에 돈이 몰리면서 일부 보험사들은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일부는 개인별 가입한도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장준영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WM센터지점 팀장은 “보험사가 은행에 즉시연금 판매에 따라 주는 수수료도 낮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LS·물가채 인기도 꾸준

월 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을 찾는 고객들도 꾸준하다. 한꺼번에 수익을 얻는 대신 만기를 분산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ELS에 투자해 한꺼번에 수익금을 받을 경우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월 지급식으로 받으면 매월 받는 수익금을 1년마다 정산해 세금을 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김 부장은 “월 지급식 ELS는 이자를 미리 받음으로써 과표가 올라가는 것을 막아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특히 주식시장이 폭락해 원금을 잃게 되는 경우에도 미리 지급된 이자가 원금 손실분을 보전하는 효과도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물가연동국채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물가연동국채는 2015년 발행분부터 원금 상승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박철환 국민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매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 매매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이머징 채권형 펀드 관심도

해외채권형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채권형펀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인 데다 올 들어 수익률이 다른 유형의 펀드를 앞서고 있어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장 팀장은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가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채권형펀드의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머징 국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 팀장은 “베네수엘라 멕시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이머징 국가의 채권형 펀드를 많이 추천하고 있다”며 “연 8~12%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손실이 나더라도 주식형과 달리 어느 정도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1개월간 코스피가 100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도 재미를 봤다. 박 팀장은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 상승분 대비 두 배 수익을 내기 때문에 반등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차익을 실현한 상황이지만 주가가 다시 빠지면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