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이나 경쟁 업체가 찔러준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제보의 90% 이상이 내부 고발입니다.”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에 잔뼈가 굵은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퇴사하거나 한직으로 밀려난 내부 직원이 앙심을 품고 리베이트 사실을 폭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로 경찰 등 수사당국에 직접 제보하거나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 제보하는데, 부처로 들어간 제보는 다시 경찰 등으로 건네져 수사의 단초가 된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도 내부 고발자 제보에 기대기는 마찬가지다. 합수단 관계자는 “내부 고발로 사건을 인지하는 경우가 50%, 나머지 50%는 자체 인지 사건”이라며 “자체인지는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저런 리베이트 사건의 여죄를 추궁하다 얻은 ‘조각 정보’를 퍼즐처럼 끼워맞춰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부 고발의 경우 흔히 말하듯 완벽하게 정리한 문서를 통째로 주는 게 아니라 기억에 기댄 진술이 대부분이라서 한 건을 수사하는 데 2~3개월이 걸리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병·의원 주변에서 터진 특정 사건에서 리베이트 단서를 잡아내는 경우도 있다. 경희의료원 등 국내 병원 측에 20여억원 상당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료기기업체 케어캠프를 적발한 사례다.

경희의료원 순환기내과 의사들이 지난해 9월 주먹다짐을 벌인 게 발단이었다. 단순한 ‘폭행 사건’이 아니라 리베이트 배분 문제로 앙금이 쌓여 주먹다짐을 벌인 정황을 포착한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자체조사 끝에 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합수단은 경희의료원 측이 케어캠프 등에서 6억여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달 15일 케어캠프 사장 이모씨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