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연구소에서 2건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MIT 미디어랩은 1초에 1조 프레임까지 촬영할 수 있고 숨겨진 물체도 촬영할 수 있는 ‘펨토(1000조분의 1) 사진’ 기술을 선보였고, 하버드대 연구진은 저장용량이 1000배 늘어난 ‘DNA 스토리지’ 기술을 내놨다.

◆빛의 속도로 촬영

MIT 미디어랩이 개발한 ‘펨토 사진’은 빛의 속도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다. 미디어랩의 라메시 라스카 교수는 19일 CNN 사이트에 ‘펨토 사진’ 기술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미디어랩 연구원들과 함께 빛을 초고속으로 분석해 펨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라스카 교수에 따르면 빛은 10억분의 1초에 30㎝ 속도로 이동한다. 카메라 노출시간을 1조분의 1초로 단축하면 수 펨토 초에 빛을 감지해 ‘펨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카메라에서 나간 빛이 사물에 부딪치면 파편화돼 흩어지는데 일부가 각기 다른 시간대에 카메라로 돌아온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숨겨진 이미지도 촬영할 수 있다.

펨토 사진 기술을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스카 교수는 수년 동안 더 개발해야 하지만 상용화되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X레이를 쬐지 않고도 인체를 들여다볼 수 있고 운전할 때 사각지대에서 달려오는 차를 확인할 수도 있으며 화재현장에서 안에 사람이 있는지 들어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고 했다.

◆DNA저장기술

하버드대 위스(Wyss) 연구소 연구진은 ‘DNA 스토리지’ 기술을 개발했다. 조지 처치 교수(의대)를 비롯한 연구진은 오는 10월2일 출간할 합성생물학 저서 ‘재생(Regenesis)’의 모든 내용을 DNA 염기서열로 이뤄진 ‘DNA 스토리지’에 저장했으며 이를 해독해 책을 읽는 데 성공했다. 이 내용은 과학잡지 ‘사이언스’ 8월17일자에 실렸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처치 교수가 쓴 ‘재생’이란 책 내용을 저장하기 위해 텍스트와 사진을 바이너리 코드(0과 1)로 바꾸고 이를 DNA로 전환한 뒤 마이크로칩 위에 배열해 ‘DNA 스토리지’를 만들었다. DNA 1㎣ 공간에는 100만기가비트(또는 5.5페타비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위스 연구소 수석과학자인 스리람 고수리는 “전 세계 정보가 1.8제타바이트 정도 되는데 이를 4g의 DNA에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치 교수는 “책의 HTML(웹) 버전을 만들었다”며 “디지털 이미지와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램 언어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DNA 스토리지는 현재로서는 읽고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데이터 아카이브 용도로만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DNA를 잠재적 저장매체로 생각하며 연구해왔다. 하버드대 연구소가 내놓은 기술은 이전 기술에 비해 저장용량이 1000배나 크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그러나 ‘DNA 스토리지’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DNA를 합성하고 해독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춰야 하고 DNA를 장기간 보관하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