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는 기대수명 ‘100세 시대’의 반환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살아온 만큼 더 살아가야 한다. 직장에선 퇴직할 때가 되고 가정에선 다 자란 자녀와 지내야 한다. 자산증식보다 자산을 지키는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만 쉽지만은 않다. 또한 노후생활비 등 은퇴자산 확보에 고민이 깊다.

노후 생활자금으로 현금 3억원을 준비한 김모씨(55)가 은퇴를 하게 됐다. 만약 평상시 생활비로 매달 200만원씩 사용하면 언제쯤 은퇴자금이 소진될까? 물가상승률 연 3%만큼 생활비를 추가 지출하고 남은 금액은 세 후 연 5% 정도로 재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딱 15년이 지나면 3억원의 은퇴자금은 고갈된다. 노인이라고 부르기 멋쩍은 70세에 은퇴자금이 바닥나는 것이다. 준비한 은퇴자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려면 생활비를 줄이든지 은퇴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든지, 아니면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김씨가 생활비를 매달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낮춘다면 소진기간은 5년 더 늘어난 20년쯤 바닥난다. 하지만 삶의 질도 낮아질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김씨가 거주 중인 주택을 줄여서 소형 주택으로 옮기고 현금 2억원의 은퇴자금을 추가로 마련한다면 어떨까. 총 5억원의 은퇴자금은 월 200만원의 생활비를 사용하더라도 고갈되는 시기까지는 27년이 걸린다. 월 150만원으로 낮추면 40년이 걸린다. 따라서 환금성이 제한되는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유동성이 원활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은퇴자금의 투자수익률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김씨가 보유 자산 중 일부를 투자형 상품으로 분산 운용해 세후 연 8%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면 5억원의 은퇴자산은 월 200만원의 생활을 하고도 고갈되지 않고 오히려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 줄 수도 있다.

은퇴자산으로 노후생활비를 지출하게 되는 경우 이것만은 꼭! 따져보고 준비해야 한다.

첫째, 의료비 및 간병비에 대한 준비다. 의료비 지출이 높아지는 시기는 70대 후반으로 예상된다. 이전까지는 병원에 갈 일이 별로 없어 생활비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그러다 보니 노후생활비를 준비하면서 장래 의료비는 놓치는 경향이 많다.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하거나 장기 간병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 하루라도 일찍 건강할 때 실손보험이나 장기간병보험 등을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

둘째, 가장의 사망 후 배우자의 독립 생활에 대한 준비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6~7세 정도 길고 실제 나이는 2~3세 정도 적은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남편 사망 이후에 10년 정도는 홀로 독립된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가장일 경우 사망 후 배우자가 받는 유족 연금액은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진다. 개인연금의 경우라면 연금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 따라서 개인연금 역시 연금개시 시점과 연금수령 방법별 연금수령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100세 시대를 대비해 확정지급형보다 종신지급형이 바람직하다.

셋째, 은퇴자산은 지속 가능성과 절세를 감안해 준비해야 한다. 생존기간을 알 수 없기에 생존할 때까지 계속해서 고정적으로 현금이 나오는 자산을 확보하면 유리하다. 증권사의 연금지급식 펀드나 보험사의 ‘즉시연금’ 등이 좋은 방법이다. 연금지급식 펀드는 가입금액을 기준으로 매월 정해진 금액이나 분배율에 따라 해당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대철 <교보생명 광화문노블리에센터 웰스메니저(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