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의 등장은 자동차 애호가들을 늘 설레게 만든다. 지난해 아우디가 쿠페형 세단 'A7'을 내놓고 크로스오버 자동차를 선호하는 이들을 들뜨게 했다면, 올해는 'Q3'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 같다. 장르에 구속받지 않는 차. Q3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그냥 무심코 지나치기 힘든 소형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이다.

지난해 데뷔한 아우디 Q3는 '쿠페 같은 SUV' 스타일을 지향한다. 영국의 자동차 매거진 오토카는 "Q3는 BMW X1과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대한 아우디의 대답"이라고 표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3개 차종은 크기가 비슷해 비교 대상이다. 하지만 가격대를 감안하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BMW X1 2.0d(5380만원)와 아우디 Q3가 경쟁자로 꼽힌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5월에 Q7·Q5를 잇는 Q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로 Q3 2.0 TDI를 내놨다. 가격은 5470만원. 엔진을 공유한 Q5 2.0 TDI보다 520만원 싸다. 지난달까지 국내 판매대수는 167대. 독일 본사에서 올 연말까지 한국에 배정한 물량은 총 600대다.

최근 서울 외곽순환도로와 서울과 안양을 오가는 시내 구간에서 Q3를 몰아봤다. 결론적으로 이 차는 직분사 터보디젤 엔진이 뿜어내는 직진 가속성능도 훌륭하지만 부드러운 핸들링과 민첩한 코너링이 운전자를 더 끌리게 만들었다. 야구로 표현하자면 투수의 직구보단 커브, 팝음악을 빌리자면 다양한 장르를 구사하는 영국의 애시드재즈 밴드 자미로콰이에 가깝다.

Q3에 탑재된 직렬 4기통 2.0ℓ 직분사 디젤 엔진은 최대 177마력의 출력과 38.8kg·m의 토크를 낸다. 차체는 SUV인데도 움직임이 가벼워 SUV를 탄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7단까지 단수 조절이 가능한 듀얼 클러치 방식의 자동변속기와 패들시프트(기어변속장치),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4가지 주행모드 지원) 등 운전자 편의기능은 주행 즐거움을 높였다.

연비는 SUV 차급에선 괜찮은 편이다. 시승 중 교통 흐름이 원활한 도심 30km 구간에서 순간 연비를 체크해봤더니 ℓ당 13~14km를 넘나들었다. 공인 연비(14.1km/ℓ)에 근접하는 수치다. 오토 스타트&스톱 장치가 더해져 신호 구간에 많은 도로에선 연료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엔진 시동을 켤 때 버튼식이 아니라 열쇠를 꽂아야 한다거나 주차를 돕는 후방카메라 기능이 없는 점은 아쉬웠다.

날렵한 스포츠형 쿠페를 즐기면서 실용성을 추구하는 운전자에게 딱 맞는 차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쿠페 같은 SUV 뭐 없을까?"라고 고민한 이들. 여유만 된다면 5000만 원대의 아우디 Q3는 추천 목록에 올려도 괜찮을 것 같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30대 초·중반 젊은 싱글 남녀들의 구매 비율이 높다"며 "SUV를 타고 싶은데 Q5를 혼자 타긴 크다고 생각하는 고객층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 Q3는 결혼보단 아직 멋내기를 더 추구하는 미혼을 위한 차에 적합해 보인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기혼자가 탄다면 "차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도 모르겠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460ℓ이지만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1365ℓ로 늘어난다. 이만하면 3~4인 가족의 레저용 차량으로 이용해도 불편하진 않겠지.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