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독일 브랜드 로고. 국내 수입차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중형 세단. 미국 공장에서 생산. 가솔린 모델 3천790만원, 디젤 모델 4천50만원의 가격대.
이를 종합해 보면 폴크스바겐이 새로 선보이는 파사트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눈치 챌 수 있다.

독일차의 이름값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출발해 남한강까지 총 100㎞를 왕복하며 신형 파사트가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지 체험했다.

별다른 특징 없이 무난한 도심 주행을 끝내고 국도로 들어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바로 탄탄한 바탕을 체감할 수 있었다.

대단히 민첩하거나 역동적이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고 밟으면 밟는 대로 서는 이 차는 한 마디로 '잘 달린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스티어링은 가벼운 편이었고 코너링도 양호해 팔당대교 남단을 지나 양평군까지 남한강변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는 동안 충분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운전 직후 든 생각은 주행 성능이나 크기, 가격 등 측면에서 패밀리 세단으로서 가장 무난하다는 점이 강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 측 설명대로 '잘 달리고 잘 멈추는 차'임에는 분명하지만, 최근 출시된 독일 차들이 뽐내는 그 이상의 강한 개성은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는 뜻이다.

강한 힘과 화려한 주행감, 고급 세단의 다양한 옵션을 만끽하려는 고객층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독일 브랜드 동급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에 웬만큼의 성능을 갖춘 중형 세단을 바란다면 적당한 선택일 듯하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의 주행 성능보다도 넉넉한 뒷좌석에 앉아 있을 때의 안락함이 더 깊은 인상을 줬다.

뒷자석에 앉으면 확연히 느껴지는 넉넉함은 '동급 최고'의 뒷좌석 레그룸 덕이라는 것이 폴크스바겐 측 설명이다.

폴크스바겐 코리아 박동훈 사장은 파사트를 소개하면서 "좋은 차란 최첨단 기능과 다양한 옵션이 들어가고 제원표상 화려한 수치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해 많은 사람의 일상을 즐겁게 하는 차"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설명 그대로 '최첨단 기능과 다양한 옵션은 없지만, 잘 달리는' 이 차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