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최중량급 금메달리스트 마티아스 슈타이너(독일)는 어제 인상 196㎏ 두 번째 시기에서 균형을 잃으며 바벨이 목 부근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간신히 일어나 손을 흔들며 퇴장했으나 3차 시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베이징 올림픽 시상식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의 사진을 꺼내들고 금메달을 바치는 ‘의식’으로 심금을 울렸던 주인공이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7일 남자 육상 허들 110m 예선전에 나선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은 총성과 함께 가장 빨리 출발했지만 첫번째 허들에 걸려 넘어졌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오른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레이스 직전 기권했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류샹은 발목을 잡고 한동안 트랙에 앉아있다가 왼발로만 힘겹게 뛰어 10번째 허들로 가서 입을 맞췄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몸을 싣고 경기장을 떠날 때 관중들은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미국의 사격스타 매튜 에몬스는 6일 열린 남자 50m 소총 3자세 결선 10발 중 9발까지 2위를 지켜 은메달이 유력했으나 마지막에 7.6점을 쏘고 말았다. 결국 우리의 김종현 선수에게 은메달을 내주고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에몬스는 베이징올림픽에서도 9발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한 발에서 4.4점을 쏴 4위로 내려 앉았다. 아테네올림픽에선 마지막 한 발을 옆 선수의 표적으로 발사해 꼴찌를 했다. 같은 사격 선수로 실의에 빠진 에몬스를 위로하다 부부가 된 아내 카트리나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엄청난 압박감을 극복하고 동메달을 목에 건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동안 세계 여자 역도계를 지배했던 장미란은 교통사고 후유증에 발목이 잡혔다. 왼쪽 어깨, 허리, 무릎, 팔꿈치 등 온 몸이 부상인 상태로 출전했으나 인상 125㎏, 용상 164㎏, 합계 289㎏을 들어 4위에 머물렀다.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던 베이징 올림픽 때의 326㎏보다 37㎏이나 낮은 무게였다. 용상 3차 시기에 실패하고 바벨에 ‘손키스’를 한 후 손을 들어 작별을 고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문인수 시인은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했다.

런던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은 302개, 출전 선수는 205개국 1만490여명이다. 최고의 선수들이지만 간발의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며 환희와 좌절, 감동의 드라마를 엮어낸다. 무수히 많은 내력과 사연은 알려지지도 않은 채 묻혀질 것이다. 메달을 땄든 못 땄든 갈고 닦은 기량을 남김없이 쏟아냈다면 누구나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