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한국 발명품인 ‘커피믹스’ 수요가 꾸준한 데다 ‘아메리카노’로 대표되는 원두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커피전문점이 급증하면서 시장의 성장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AC닐슨과 커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3조6910억원으로 전년(2조9380억원)보다 25.7% 증가했다. 2009년(2조3520억원)에 비해서는 56.9% 커졌다.

○커피전문점 1만5000개 시대

커피시장은 크게 커피믹스로 불리는 스틱커피와 일반 가루커피를 합친 인스턴트 커피, 스타벅스·엔제리너스 등의 커피전문점, 캔커피와 같은 완제품 시장으로 나뉜다.

최근 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부문은 커피전문점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커피전문점 수는 전년(8038개)에 비해 54% 증가한 1만2381개로 사상 처음으로 1만개를 넘어섰다. 5년 전인 2006년(1254개)에 비해 8.9배 증가했다. 기업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동네 골목에 들어선 독자 브랜드 커피전문점을 합친 숫자다. 매출액도 2009년 7060억원에서 2010년 9760억원, 지난해 1조3810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중년 은퇴 창업 수요와 맞물려 커피프랜차이즈와 개인형 독립매장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매장수 1만5000개와 매출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형 커피전문점은 올 들어서도 매장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2008년 출범한 지 3년 만에 매장수 1위에 등극한 카페베네는 8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이고, 이디야커피도 최근 1년여 새 200개점을 새로 열어 점포수가 700개를 넘어섰다. 롯데리아의 엔제리너스커피도 확장 속도가 가파르다. 2010년 말 370곳이던 매장수를 지난달 말 660여개로 늘렸다. 모든 점포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매출(지난해 2982억원)에선 단연 1위이지만, 매장수에선 450여개로 4위권이다.

직영점 위주로 운영하던 카페파스쿠찌와 투썸플레이스도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며 점포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스턴트·음료 시장 경쟁 가열

길쭉한 막대 형태로 한 잔 분량을 포장한 스틱커피 시장도 참여업체와 신제품 증가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동서식품과 네슬레가 과점해온 스틱커피 시장에 남양유업이 2010년 말 무지방우유로 커피프리머를 만는 커피믹스 ‘프렌치카페’를 출시하며 경쟁의 불을 댕겼다.

동서식품은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원두 분말로 만든 ‘카누’를 지난해 10월 내놓으면서 ‘원두분말 스틱커피’ 돌풍을 일으켰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달 12일 ‘원두를 직접 갈아넣었다’는 점을 강조한 ‘칸타타 스틱커피’ 3종을 출시하며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에 가세했다.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30억원을 올리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남양유업도 원두커피믹스 ‘루카’를 최근 내놨다. 이디야커피도 내달 중순 원두와 생두를 혼합해 만든 ‘비니스트 25’를 출시하고 커피 프랜차이즈업체로는 처음으로 스틱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원두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1조1000억원대 스틱커피 시장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다.

완제품 커피음료 시장에서는 롯데칠성음료 빙그레 동서식품 남양유업 등 기존 강자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커피음료 1위인 롯데칠성음료는 고급 원두커피음료인 ‘칸타타’ 매출만 올해 100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커피음료는 이 회사의 레쓰비가 유일하다.

빙그레는 지난 3월 출시한 신제품 ‘아카페라 엑스트라샷’을 앞세워 프리미엄 커피음료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세계 캔커피 판매 1위 브랜드인 ‘조지아 커피’와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커피음료 ‘조지아 에메랄드 마운틴 블렌드’에 대한 판촉 강화로 국내 커피음료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업체 간 경쟁 가열과 원두커피 등 프리미엄 시장 확대로 커피전문점 커피음료 스틱커피 등을 포함한 올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4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두커피 비중이 50%를 넘는 선진국과 달리 30%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국내 커피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