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세계 3위 자동차 업체 프랑스 르노·닛산그룹과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2015년 양산을 목표로 프랑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함께 짓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면 LG화학은 세계 자동차 메이커와 처음으로 합작 공장을 세우게 된다. 미국 GM, 포드에 이어 유럽 자동차 업계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될 전망이다.

◆2015년 전기차 배터리 생산

카를로스 타바레스 르노그룹 부회장(COO)은 지난 27일 LG화학, 프랑스원자력위원회(CEA)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 및 생산과 관련한 전략적 협약을 맺고 2015년 프랑스에 공장을 건립하는 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타바레스 부회장은 지난달 방한해 르노삼성차의 SM3 Z.E에 들어가는 LG화학 배터리를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와 LG화학은 오는 9월 최종 협의를 마치고 2017년부터 높은 내구성을 갖추고 충전시간을 단축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투자규모와 공장 위치는 협의 중이다.

양측은 2015년 르노의 기존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고 2017년에 차세대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LG화학은 유럽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생산공장 건립은 협의를 거쳐 2013년 하반기 최종 결정되며 부지나 투자규모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닛산 버리고 LG 택한 르노

르노는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플루언스 Z.E와 캉구 Z.E 개발 초기부터 닛산과 40억유로(약 5조6000억원)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계획을 세웠다. 르노닛산그룹은 닛산의 자회사인 AESC(닛산·NEC 합작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이달 초 공급 물량을 LG화학으로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SM3 Z.E에 탑재하는 LG화학 배터리가 플루언스 Z.E에 장착되는 것보다 한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길고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르노닛산그룹은 2020년 전 세계 판매차량의 10%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전기차 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앞으로 양산하는 전기차에 LG화학과 개발한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할 계획이다.

◆유럽으로 영역 확대

LG화학은 충북 오창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자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현재 미국 GM(제너럴모터스) 쉐보레 볼트, 포드 전기차 포커스,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차 K5 하이브리드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내년에 국내에 판매되는 르노삼성차의 SM3 Z.E에 납품할 계획이다.

르노와 합작이 성사되면 LG화학은 북미에 이어 유럽 자동차 업계로 활동 반경을 더욱 넓힐 수 있게 된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 화학 업체가 잇달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SDI와 보쉬의 합작회사 SB리모티브는 BMW에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SK에너지는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콘티넨탈과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유럽에 공장 부지를 고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까지 유럽시장에 뛰어들면서 배터리 시장 쟁탈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생산시설이 완공되는 5년 뒤 공급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인설/전예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