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013년형 7시리즈 15종을 공개했다. 국내에서 2012년형은 730d, 740i 등 7종을 판매하고 있다. BMW는 전략적으로 엔진, 연료, 롱휠베이스, 4륜구동 등에 따라 같은 모델에서도 여러 차종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신형 모델도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부터 하이브리드카인 2세대 액티브하이브리드7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겉모습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2008년 출시된 5세대 모델에서 헤드라이트, 그릴 등 일부분만 바꾼 페이스 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전장(길이)은 7㎜ 길어지고 전고(높이)는 8㎜ 낮아졌다. 전면부에 신형 풀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라이트를 장착했고 키드니 그릴, 에이프런 디자인에 살짝 변화를 줬다. 전 모델보다 첫인상이 강렬하고 날렵해진 모습이다.

러시아의 M전용매장인 M파크에서 출발해 교외와 도심을 오가는 50㎞ 구간을 시승했다. 출발할 때는 750Li 모델의 조수석에 동승했다. 실내에 들어서니 훨씬 넓어진 차체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죽 시트의 재질이 고급스러워졌고 쿠션감도 편안해졌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노면의 진동,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일부 모델에 선택사항으로 제공했던 에어서스펜션을 기본 적용했다. 크리스티앙 바크 BMW 담당자는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은 만큼 안락한 승차감을 극대화하고 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오디오는 뱅앤올룹슨의 1200와트 ‘하이엔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평소엔 숨어 있다가 음악을 틀면 패널 위로 고개를 든다. 총 16개 스피커가 내장돼 완벽한 음질을 느낄 수 있다. 뒷자석에는 9.2인치 모니터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재설계된 i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해 다양한 도로 정보를 제공한다. 국내에는 한국 지형과 한국어 시스템 등 사양을 변환해 들여올 계획이다.

실제 주행은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브하이브리드7으로 했다. 시동을 걸자 디지털 계기판에 순간 속도, 엔진회전수, 연료 레벨 등이 표시됐다. 주행모드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스포츠 상태에서는 주황색으로 바뀌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시되던 속도계가 숫자만 표시되는 방식으로 변한다. 새로 추가된 에코 프로 모드에서는 친환경을 의미하는 푸른색으로 바뀐다.

8단 변속기는 변속 때 빠르고 부드러운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기존 6단 변속기를 전 모델에 걸쳐 8단 변속기로 업그레이드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스티어링휠이 단단해졌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특유의 엔진음을 내며 재빠르게 치고 나갔다. 방금 전까지 조용하고 얌전하게 달리던 하이브리드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시속 60㎞까지 전기의 힘으로만 달리기 때문에 저속에서 정숙하고 적은 연료로 주행이 가능했다. 교통체증으로 정차를 반복했지만 실제 주행 연비는 ℓ당 14㎞ 수준이었다.

신형 7시리즈는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9월 국내 출시된다. 국내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라 공인연비와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모델에 개선된 엔진과 신형 엔진을 탑재해 출력이 평균 10%, 연비도 25% 개선됐다는 게 BMW 측 설명이다.

730d는 유럽 기준으로 복합연비 17.85㎞/ℓ, 740Li는 12.65㎞/ℓ 정도다. 국내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모델보다 2~3㎞/ℓ 정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가격은 지금과 비슷할 전망이다. BMW코리아는 “출력과 연비가 개선됐지만 가격 인상폭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