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 위기는 내부 무한경쟁의 결과다
자영업은 사실상 무한경쟁이다. 음식점 호프집 교습학원 미용실 같은 생활밀착형 업종이 대종이어서 진입하기도 쉽지만 그만큼 퇴출도 많다. 2004~2009년 동안 한 해 평균 60만개의 업소가 새로 생기고 58만개가 문을 닫았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이다. 자영업자도 다시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무급 가족종사자까지 합친 자영업자는 지난 5월 말 719만8000명으로 2009년 7월(724만명) 이후 최대다. 자영업자 비중이 28.8%(2010년 기준)에 달해 OECD 국가들 가운데 터키 그리스 멕시코 다음으로 네 번째로 높다. 게다가 창업자 중 60%는 창업준비기간이 평균 6개월 미만이고, 64%는 이전에 사업체를 운영한 경험조차 없다고 한다. 월평균 순수입이 150만원도 안 돼 2011년 가계부채가 평균 9000만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신규 업소의 절반 이상이 3년을 버티지 못하는 정도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도 수입은 줄기만 하고, 앞날은 보이지 않는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취약한 구조로는 자영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50대와 60대 이상 고령층의 창업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에겐 창업밖에 대안이 없다. 뻔한 패망길을 따라가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을 막고, 대기업 제과점 문을 닫게 한다고 해서 동네슈퍼와 빵집이 살아나는 게 아니다.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분풀이나 하라고 부추긴다고 자영업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정치권은 더 이상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꼼수를 부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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