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회장 윤석금·사진)과 KTB금융그룹의 딜은 형식적으로는 웅진이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는 내용이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급한 불을 끄고 사정이 나아질 경우 나중에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왜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손을 떼는 대신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쪽으로 돌아섰는지, KTB금융그룹이 연기금 등에서 투자를 제대로 받아와 딜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이번 딜로 웅진그룹은 홀로서기에 과연 성공할지 등에 모아지고 있다.

◆사실상의 투자 유치

웅진그룹이 사실상의 투자 유치 쪽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증시 침체로 웅진코웨이 주가가 많이 빠졌다. 지난 2월 매각계획 발표 당시만 해도 웅진코웨이 주가는 4만원이었다. 매각 대상 지분 31%를 팔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해 1조5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럴 경우 1조원대 채무를 다 갚고도 태양광사업 등에 신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 사이 주가가 3만원 근방으로 떨어져 기껏해야 1조2000억원을 받게 됐다.

두 번째는 윤석금 회장의 웅진코웨이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윤 회장은 처음부터 자신의 손으로 일군 웅진코웨이를 완전 매각하기보다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경영권을 되사는 조건에 관심을 더 가졌다는 게 그룹 안팎의 얘기다. GS리테일과의 지분 매각이 끝나가던 중 중국 캉자로 돌아선 것도, 캉자에서 다시 KTB 쪽으로 돌아선 것 역시 보다 유리한 경영조건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TB는 신설법인 지분 60%를 가지면서도 웅진에 이사진의 다수를 양보하겠다는 조건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KTB의 펀딩 능력이 관건

이번 딜의 성공은 KTB PE(KTB금융그룹 계열 사모펀드)의 펀딩 능력에 달려 있다. KTB PE는 금융회사에서 6000억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3600억원을 기관투자가로부터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전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본부장인 권재완 씨(현 KTB PE 대표이사)가 이를 담당한다. 권 대표는 웅진코웨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이미 4대 연기금 등 펀드투자자(LP)들을 연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권 대표와 LP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LP들도 투자할 곳을 찾고 있기 때문에 자금 모집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웅진 “계열사 리모델링”

웅진그룹이 이번 딜로 홀로서기에 성공할지도 큰 관심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유입되는 돈의 절반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웅진홀딩스의 총 차입금은 9967억원. 신규 유입금(9600억원)의 절반인 5000억원 정도의 빚을 갚을 경우 차입금 이자는 연간 500억원에서 250억원 정도로 줄게 된다. 관계자는 “계열사 배당금과 자체 사업이익, 계열사 등에서 받는 브랜드 로열티 등을 합하면 이 정도 부담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은 태양광사업 투자는 극심한 업황 부진으로 당분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돈은 유사시에 대비해 현금으로 쥐고 있겠다는 생각이다. 또 당분간 건설과 에너지 분야 업황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관련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다른 그룹 관계자는 “업황이 좋아질 때까지 조직을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웅진에너지와 폴리실리콘, 극동건설 등 계열사 인원 감축 등의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진/박동휘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