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희 IT 객원기자] 2012년 6월 말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에서 새로운 안드로이드OS, 젤리빈(Jelly Bean 4.1)이 공개됐다. 그리고 레퍼런스 태블릿으로 출시되는 넥서스7(Nexus7)도 함께 공개 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출시 이전부터 화려한 스펙과 새로운 OS, 구글의 첫 레퍼런스 태블릿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넥서스7을 기자가 직접 사용해봤다.
◇ 넥서스7, 왜 주목해야 하나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치열한 난투를 펼쳤지만 태블릿 시장에서는 의외로 직접적인 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구글은 자사의 레퍼런스 제품군(넥서스원,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으로 애플에 도전했지만 만족할 만큼의 판매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아이폰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또한 태블릿 시장에서는 삼성이 애플과 직접적으로 대결을 펼쳐 사실상 구글은 애플과 정면 대결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랬던 구글이 ASUS(에이수스)와 함께 첫 레퍼런스 태블릿인 넥서스7을 공개, 애플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모토로라에서 허니콤(3.0)버전을 탑재한 '줌'을 비롯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사용하는 태블릿이 시중에 나오기는 했지만, 레퍼런스패드라고 불리는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 가격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출시와 관련한 루머가 돌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부분은 역시 가격이 아니었을까. 현재 갤럭시탭 10.1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는 테그라2 듀얼코어임에도 16GB 버전의 가격은 60만원 이상(Wifi 모델 기준), 아이패드 16GB 역시 60만원은 가볍게 넘어선다.
반면 넥서스7은 16GB버전을 구입한다고 해도 한국 환율로 칠때 30만원 이하, 배송과 기타 비용들이 들어간다고 해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이지만 성능은 더욱 뛰어나다. 갤럭시탭 10.1이나, 아이패드2가 10인치라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상당한 가격적 매력이 있다.
넥서스7의 주요 제품 스펙은 7인치 IPS 디스플레이(해상도 1280x800), nVidia 1.3Ghz 테그라 3 쿼드코어 프로세서, 새로운 안드로이드 OS Jelly Bean 탑재(4.1), 4375mHa 배터리(최대 9시간 사용 가능), 340g의 무게로 강력한 성능과 가벼운 무게 사용시간을 모두 잡아내는데 성공했다고 보인다.
◇ 넥서스7 개봉해 봤더니… 구성품은 심플
제품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외부 포장케이스, 내부 케이스, 제품 본체, 충전용 USB케이블과 아답터, 제품 간단 설명서와 보증서(영어)가 제공된다.
최소한의 구성품목으로만 제공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해야 하는 태블릿임에도 불구하고 번들 이어폰조차 없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액세서리를 구매하는데 현재로선 어려움이 많다. 현재 기본 케이스로 별도 판매되는 전용케이스는 19.99달러로 국내에선 아직 따로 구할 방법이 없다. 이 역시 해외배송을 통해 구매를 하거나, 보관용 주머니를 전용은 아니나 7인치급으로 구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보호필름의 경우에도 딱 맞는 크기가 없다.
만약 국내에 정식적으로 출시가 된다고 하면 콘센트 변환 아답터를 패키지와 함께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아답터 자체는 100~240V 프리볼트이기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 넥서스7 디자인은 '뒤'가 고급스럽다!
구글 개발자 대회를 통해 제공된 넥서스7은 뒷면이 포인트다. 흰색 고무 재질로 퀼팅 되어 있어 샤넬 퀼팅 백 화이트 버전을 연상케한다. 뒷면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기능성과 디자인적인 측면을 다 잡아내 그동안 구글이 이끌어내지 못한 여심을 넥서스7을 통해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식 출시모델은 뒷면이 검은색으로 출시된다.
이 외에 넥서스7은 디자인적 측면에서는 심플함을 가장 주요하게 내세웠다. 상단 중앙에는 120만 화소의 카메라가 위치되어 있고, 하단부에는 소프트터치 방식의 메뉴버튼들이 배치되어있어 전면은 말그대로 화면과 베젤 부위 밖에 없다.
사용자를 위한 하드웨어 버튼은 총 3개로, 제품의 우측 상단에 배치되어 있다. 전원버튼과, 볼륨+/- 키만 있다. 기존의 하드웨어 메뉴와 홈 버튼은 소프트키로 작동하게 되어 있어 제품을 꺼두고 앞면을 보게 될 때는 검은색의 평면만 보인다.
밑면에는 사용하지 않을때 오디오잭에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오디오케이블 연결 단자를 위치시켰으며, 충전을 위한 마이크로 USB포트도있다.
상단 중앙에 넥서스(NEXUS) 로고를 넣고 하단부에는 제조사인 에이수스(ASUS)의 로고가 그리고 바로 아래에 스피커가 배치되어 있다. 구글(Google)의 로고는 보이지 않는다.
외형적인 두께의 비교를 해봤을때 아이폰4S보다 1~2mm정도 두껍다. 아이패드가 아이폰4S 보다 1~2mm정도 얇은 편이기 때문에 아이패드와 넥서스7을 비교한다면 약 3~4mm정도 차이가 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젤리빈(Jelly Bean) 얼마나 맛있어졌나
구글이 젤리빈(4.1)로 업데이트 되면서 아이스크림샌드위치(4.0)보다 더욱 부드러워지고 만족스러운 조작감을 얻을 수 있다고 발표한 것처럼 최적화가 진행되어 같은 기기임에도 조금 더 부드러운 조작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구글나우(Google Now)의 기능 추가나, 인터넷용 애플리케이션이 별도로 있었던 것이 크롬으로 통합되며, 기본 브라우저가 크롬이 됐다는 점이 젤리빈을 통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변화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2주동안 사용해봤더니… 만족스러운 느낌
약 2주가 넘는 기간동안 계속 사용해보며 느낀 점은 단연 하드웨어적으로 뛰어나다는 점이다. 갤럭시 넥서스를 거치지 않고, 넥서스S에서 넥서스7를 사용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여유로운 스펙은 체감적인 성능향상을 느끼게 했다.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려진 닌텐도64의 에뮬레이터를 실제로 넥서스7을 통해 돌려봤다. 실행된 게임은 마리오카트 64로, 1996년이긴 하지만 그당시에는 3D 성능에서 뛰어난 하드웨어와 게임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풀프레임(30FPS 내외)을 유지하였다. 다른 기기로 이식이 될때 생기는 문제점 중에 하나인 성능 저하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화면이 크기 때문에 입력방식을 소프트 키로 하게 되는데 양 손으로 잡고 진행을 해도 화면이 넓어 게임을 하는게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없었다. 그 외에도 하드웨어의 무지막지함은 Need for Speed: Hot Pursuit, Dead Trigger 등의 풀 3D게임도 부족함 없이 잘 돌아가도록 해준다.
게임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었고, 안드로이드 기기를 가지고 있지만 가끔의 플레이정도였다면 이들 게임은 충분한 중독성과 컴퓨터를 놓고 게임만 할 수 있도록 할 정도의 몰입감과 화려함을 보여줬다. 물론 그만한 성능을 받쳐주는 태블릿이 넥서스7이기도 하다. 특히 Dead Trigger는 넥서스S에서 실행할 경우 옵션을 중간 옵션정도로 낮춰줘야 하지만 넥서스7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넥서스7 실제 구입목적은 '출퇴근시 핸드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볼 때 장시간 시청해도 눈이 아프다는 점과 조금 더 크게 보는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였는데 이 부분역시 만족감을 안겨줬다. 출퇴근 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정도 걸리고, 상황에 따라 TV를 보는 일이 생기는데(야구중계, 게임방송 등등) 큰 화면으로 보는 것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눈에 피로감도 적어졌다.
◇ 쾌적한 웹서핑, 기본 탑재된 크롬의 성능은?
구글의 넥서스7은 넓은 화면에서 데스크탑과 같은 풀브라우징으로 웹서핑이나 SNS를 이용할 수 있다.
탭브라우징으로 여러개의 탭을 동시에 띄워도 느리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탭간의 전환속도도 빠르고 잠시 다른작업을 하다가 돌아온다고 한들 데이터가 사라지지도 않으며 바로바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구글 계정과의 연동을 통해 컴퓨터에서 보던 페이지를 바로 끌어와 볼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페이지들에 있는 플래시 파일, 통칭 플짤로 불리는 파일을 볼 수가 없다. 플래시의 개발사(과거 매크로미디어가 어도비에 인수)인 어도비가 4.0.x 버전 이후의 플래시 플레이어 지원을 중지한다고 밝혔고 실제로 8월15일 이후에는 마켓에서 내리겠다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 오래가는 배터리는 사용하는 입장에서 최고의 선물
배터리의 연속 사용시간은 선택의 폭에서 가장 큰 중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주 충전하게 될 수록 사용자의 입장에선 불편할 수 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외장 배터리팩등을 들고 다니기엔 태블릿의 장점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평균적인 사용 패턴으로 봤을 때 출근시에 1시간, 회사에서 30분 내외, 퇴근시에 2시간(티빙등의 동영상 서비스 이용) 사용했더니 배터리의 절반인 50%를 충전해도 15% 이상의 배터리가 남아있었다.
실제로 티빙을 통해 동영상을 약 70분 정도 재생할 경우 배터리 소모량이 15%정도 된다. 배터리 소모량이 많은 데이터 통신과 영상재생 거기에 화면에 나가는 배터리까지 포함하는 배터리킬러 작업을 할 경우를 가정했을 시 최소 6시간은 보장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실제로 사용하면서 배터리를 완전 충전할 일도 없었다.
◇ 8GB 버전은 부족, 향후 대용량은 구글의 정책을 지켜봐야
8GB 버전을 사용중인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용량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시스템 데이터를 위한 파티션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 가능한 전체 사이즈는 5GB 남짓이다. 빈번히 대용량 파일의 경우는 넣었다 삭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 등 여러가지 방식을 통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무한정에 가까운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것은 사실이나, 사용자 입장에서 넥서스7 내부에서만 사용할 데이터를 쓰기엔 8GB는 적은 용량임에 틀림 없다. 16GB도 부족한 경우들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는 32GB나 64GB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용량과 관련한 문제는 넥서스 태블릿의 10인치 버전에서 참고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넥서스7의 아쉬운 점 두 가지
넥서스7에는 후면부에 카메라가 없다. 전면부에만 카메라가 있어 셀카 밖에 찍을 수 없는 탓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마음이다. 평소에 카메라를 즐겨 쓰고, 사진 찍는것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덕분에 넥서스7에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별도로 마켓에서 다른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거나 구글+에 들어가서 촬영해야 한다.
또한 해외에서는 구글 플레이(마켓)의 다른 기능들이 활성화 되다보니 이용의 폭이 넓지만, 국내에서 쓰기엔 구글북스와 같은 특정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없다. 이를 통해 여러가지 다양한 서비스가 제한되는 부분은 아쉽다.
◇ 넥서스7, 구글이 던진 비장의 한 수 국내에서도 통할까?
고성능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줄 안드로이드의 새버전 젤리빈과의 궁합은 환상적이며, PC가 없어도 일반적인 간단한 작업들은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은 최고의 무기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은 이것을 든든하게 밀어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가격을 비교하면 동일한 성능을 가진 타블렛에서 따라잡을 제품이 없다고 단언할 정도. 국내 정식 출시를 앞둔 넥서스7의 가격대가 해외시판가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된다.
- 이환희 IT 객원기자는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평범하지 않은 그녀석' 블로그를 운영하며 IT 분야 칼럼을 쓰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를 드나들던 모든 배를 만들던 붉은 조선소 아르세날레.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공식 전시장으로 쓰이는 아르세날레는 북쪽의 '테라 92번' 거대한 창고 안은 지난 주말 이틀 간 망치질 소리와 나무 조각하는 소리, 바느질 소리로 가득했다. 이탈리아 명품 가죽 브랜드 토즈(TOD'S)가 제 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기념해 기획한 '아트 오브 크래프트맨십-베네치안 마스터스' 프로젝트가 일반 공개되면서다. 무라노 섬에서 숨을 불어넣는 유리 공예 장인 로베르토 벨트라미, 금세공 장인 마리노 메네가조를 포함해 램프 세공 장인(루시아 부바코), 마스크 장인(지오 볼드린) 등 11명의 장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토즈 브랜드의 상징적인 유산인 스터드 모카신 '고미노(바닥에 점을 찍듯 신발 밑창을 만든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각자의 작품을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고 설명했다. 디에고 델라 발 토즈 회장은 전날 열린 VIP 오프닝에서 만나 "'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환상적인 우산 아래 우리 세대가 살고 있는 것"이라며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인 수작업을 이어오는 장인들과 그들의 유산을 새로운 방향으로 해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고 말했다. 베네치아의 정수! 장인 11명의 '살아있는 전시' 토즈의 이번 전시는 장인들의 작업 현장을 전시장에 그대로 두고, 관람객들이 '살아있는 전시'를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로베르토 벨트라미 유리 공예가는 꿀빛 유리 고미노를 손으로 만들어 낸 뒤 "유리를 예쁜 모양에 고미노로 만들어 유리 장식을 추가하는 것은 기술
지난 20일 막을 올린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여느 때보다 한국 미술을 재조명하는 열기로 뜨겁다. 자르디니 공원의 센트럴 파빌리온(본전시장)과 한국관 말고도 공식 병행전시로 열리는 한국 작가 개인전만 4개. 도처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전시까지 합치면 무려 10개가 넘는다. 역대 최대 규모다.그중 가장 주목받는 건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그리고 '숯의 화가' 이배의 개인전이다. 각자가 나고 자란 고향 울진과 청도의 정취를 고스란히 옮겨오면서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대주제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에 호응하듯, 이들의 작품은 베네치아 도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나 언제나 여기 있었다'면서. 세상과 단절한 채 바라본 산…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선친께선 키가 아주 큰 미남이셨어요. 쉬는 날이면 탱고를 즐겨 추셨죠. 생전 이탈리아를 찾으셨다면 좋은 시간을 보내셨을 텐데, 아쉽게 그러진 못하셨습니다." (유진 유영국문화재단 이사장)몇몇 작가들은 죽어서야 세상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유영국(1916~2002)도 그중 하나다. 단풍빛으로 물들어 가는 산, 청록으로 일렁이는 물결…. 그의 회화 29점과 석판화 11점 등을 선보인 개인전 '무한 세계로의 여정'이 베네치아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 우뚝 섰다. 작가의 첫 유럽 개인전이다.유영국의 작품 세계가 본격적으로 연구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16년 유영국 탄생 100주기를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 이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작품이 해외 무대에 걸린 것도 지난해 미국 뉴욕 페이스갤러리 전시부터였다.색채의 미학과 기하학적 형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쩡판즈(60). 중국의 현실과 체제를 미묘하게 풍자한 '최후의 만찬' 그림으로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 중 가장 높은 경매 가격(약 250억원)을 기록한 남자. 제 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이틀 앞둔 18일 오후 4시. 그가 수백 년 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한 건물에 나타났다. 거대하고 신비로운 대작들을 들고. 그것도 일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와 함께.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 중 곳곳에서 열리는 수십 개의 전시 중 '꼭 봐야할 톱3'로 꼽히는 전시 중엔 쩡판즈의 'Near and Far/ Now and Then(가깝고 먼/지금과 그때)'가 있다. 16세기 베네치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녀원으로 쓰이던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제리코디아'가 거대한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들어서자마자 웅장한 기둥과 어두운 조명들 사이로 빛나는 그의 작품들이 마주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직물을 짜낸 '태피스트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을 의심하며 가까이 다가가면 물결치는듯 덧바르고 채색한 그만의 독창적인 기법이 눈을 사로 잡는다. 이번 전시엔 구상적 표현을 반복해 추상을 재정의하려는 쩡판즈의 야심작들이 집약돼 있다. 그의 새로운 기법은 인상파 화가를 떠올리게 한다. 동양과 서양의 익숙한 도상들을 그만의 해석으로 만들어냈다. 모나리자, 인상파의 빛, 해골 도상 등이 그렇다. 기독교와 불교, 도교의 도상 이미지도 넘나든다. 하나의 색이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에만 30가지 이상의 밝은 안료가 쓰였다. 습식 기법을 적극 활용해 전통적인 회화의 아름다움과 공예의 멋까지 동시에 구현했다. 1층에 걸린 두 점의 대작을 지나 2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