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국내를 제치고 현대·기아자동차의 최대 판매 시장이 됐다. 내수는 침체가 지속된 반면 해외 판매는 꾸준히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64만5376대, 중국은 59만3896대로 국내 시장(56만7251대)을 앞질렀다. 작년까지는 현대·기아차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은 한국이었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117만6573대)은 중국(117만2318대)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미국(113만1183대)과는 4만5000여대 차이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뀐 것은 작년 말부터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반면 미국과 중국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2007년 30만8348대였던 중국 내 연간 판매대수는 지난해 3.8배 늘어났다. 미국 판매량은 2007년(77만2482대)에 비해 50%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잇따라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판매량 역전의 요인이 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해외 공장의 생산물량이 국내를 추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중국에서는 현대차 아반떼MD와 기아차 K3, 미국에서는 신형 싼타페 출시가 예정돼 있다. 현대·기아차가 연초 사업계획에 중국 125만대, 미국 120만9000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지만 상반기 판매량은 미국이 앞서 있어 올해 어느 쪽이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작년에는 우리나라가 최다 판매 국가 자리를 지켰지만 중국과 미국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는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내수 목표도 118만4000대로 미국 및 중국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