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노환규 회장 페이스북 글에 시민단체 "선동적" 비판
"추가진료 신청금지" 등 부정확한 내용 광고도

포괄수가제(DRG) 강제 시행을 놓고 정부와 의사협회가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의사협회(의협) 대표가 공개적으로 전공의들의 진료차질과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취지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환규 의협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보복부(복지부)가 전공의를 두려워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공의가) 대형병원에 근무하므로 대형병원의 진료차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 이것을 단번에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은 전공의 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포괄수가제 등 민감한 쟁점을 놓고 벌어지는 정부와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전공의의 집단 행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일종의 '전략 구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그는 전공의가 ▲약점이 없고 ▲주장의 근거가 있어 떳떳하며 ▲사회 기득권층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대형병원은 약점 가득, 정부 의지만 있으면 수백억~수천억원의 벌금부과 가능하고, 교수는 리베이트·병원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신분, 혹은 무관심. 개원가는 리베이트 약점과 기득권 인식, 잘 나가는 의사들에겐 세무조사, 형편이 어려운 의사는 투쟁 지속에 어려움"이라며 전공의를 제외한 의료계가 정부와 맞서 싸우기 힘든 구조를 나름대로 분석했다.

또 전공의들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PA(진료보조인력) 때문에 수련 기회를 뺏기는 등 권리를 못 찾고 있어 전공의 주장에 힘이 더 실릴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포괄수가제의 부작용을 시민에게 알리는 의협의 홍보 내용도 전문성에 비해 정확하지 않고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의협은 3일자 조간신문에 실은 '정부의 나쁜 제도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끝내 막지 못했습니다!'라는 카피의 광고를 통해 "(포괄수가제에서는) 환자분이 추가 비용을 내고 추가 진료를 신청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됩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인터넷 등에서 떠돌고 있는 "분만시 무통주사조차 요청할 수 없다"는 등의 포괄수가제 관련 '괴담'과 같은 맥락이다.

포괄수가제 도입에 따라 '과소, 최소 진료'의 우려가 있고, 부분적으로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포괄수가제라도 중증도, 시술재료 등에 따라 7개 질병을 78가지로 구분해 가격을 정하긴 했지만, 처치 행위별 조합에 따라 가능한 수 많은 경우의 수와 그 의료 질의 차이를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처치를 돈을 내도 추가로 받지 못한다는 식의 설명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그동안 행위별수가제에서 건강보험 보장 밖에 있던 다수의 비급여 처치 행위가 포괄수가제의 표준 진료 꾸러미 안에 급여 항목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환자가 필수적으로 받아야하는 처치가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복지부의 반박이다.

더구나 분만시 무통주사나 백내장 수술시 조절성수정체 등과 같이 비싸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선택적 처치의 경우 포괄적수가제라도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비용은 환자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의협이 마치 포괄수과제 잠정 수용의 조건처럼 내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개편 요구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협은 건정심 내 의사 대표 수를 현재 2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등의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있으나, 수가나 보험료율 등 건강보험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건정심에서 나머지 근로자나 기업 등 가입자측 대표와의 균형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이야 전문가로서 자신들의 비중이 더 커야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건강보험료를 내야하는 가입자측 역시 주요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과 몫이 줄어드는 걸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들도 지난 2일 공동논평을 통해 "의협의 건정심 구조 개편 주장은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보다는 의사 집단의 경제적 이해를 건정심을 통해 관철시키겠다는 뜻"이라며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의협 회장의 발언은 마치 사회혼란을 선동하는 것처럼 들려 실망스럽다"며 "그럴리 없겠지만 이같은 주장에 만약 전공의들이 동조한다면 의료 지식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임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지수 기자 shk999@yna.co.krw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