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이달 ‘레이 밴’을 출시했을 때 자동차보다 패션에 관심 많은 기자는 선글라스를 떠올렸다. 가수 비가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부를 때 즐겨썼던 그것. “울고 있는 나의 모습, 바보 같은 나의 모습~”이란 노래가사처럼 레이의 지붕도 울고 있었다. (ㅠㅠ)

레이는 올초 지붕 철판이 우글거린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제작결함 논란에 시달렸다. 서비스센터는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면서 강판 부피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름이 다가오자 불만은 잠잠해지는 듯했다. 인기가 많을수록 안티팬도 많은 법. 한달에 5000대가량 팔리면서 ‘잘나가던’ 레이는 줄줄이 터지는 악성 루머로 마음고생을 했다. 시동꺼짐 현상, 계기판 오작동, 마감재 불량, 떨림현상 등이 국내 최초 박스카에 ‘굴욕’을 안긴 문제들이다.

호된 신고식 덕분일까. 그럼에도 레이는 데뷔 6개월 만에 경차시장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2만8000대가량이 팔렸다. 지난달 판매량이 3800대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이 인기몰이 중이다. 새로운 소비세력으로 급부상한 20~30대 여성팬과 예쁜 차를 타고 ‘출근’하고 싶어하는 유아원, 유치원생들 덕분이다.

‘깜찍발랄’한 디자인은 까칠한 기자도 ‘태클’을 걸 수 없다. 눈을 치켜뜬 것 같은 헤드라이트, 뭉퉁한 앞코가 귀엽다. 네모난 모양 때문에 하얀색 레이의 별명은 ‘두부’다. 전고(높이)가 높고 전폭(너비)이 좁은데 작은 14인치 알로이 휠을 달아서 곡선구간에서 휘청거리는 느낌이 든다. 고객들 사이에선 15인치 ‘사제’ 휠로 ‘신발’을 바꿔신는 것이 유행이다.

주행성능은 경쟁차종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안정감 있는 코너링이 가능한 한국GM의 스파크, 가속감이 좋은 기아차 모닝처럼 경차만의 가볍고 날렵한 느낌이 없다. 제주도 시승행사 후 이 차를 칭찬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한적하고 잘 닦인 도로에서는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서울 시내에서 몇 번 타보니 덜컹거림이 심했다. 속도를 내면 ‘웅웅’거리는 풍절음이 거슬렸다. 예쁜 외모만큼 유지관리비도 많이 든다. 1135만~1495만원의 가격에 공인연비는 ℓ당 13.5㎞. 시내주행에서 실제 연비는 ℓ당 10~11㎞ 수준이다. 경차에서 기대할 만한 ‘착한’ 연비는 아니다.

운전 초보자와 아이를 키우는 가족, 운반할 짐이 많은 자영업자들에겐 이만한 차가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수납공간이 넓고 최신 안전편의사양이 ‘빵빵’하게 갖춰져 있어서다. 앞유리가 커서 시야가 넓고 주차하기도 쉽다. 그래서 슈퍼스타 KIA로서 제 점수는요…. 묻지말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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