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 대한 동포사회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재외동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편·전자투표 도입 등의 제도개선이 시급합니다.”

유진철 미주한인회총연합회(총련) 회장(사진)은 26일 “대선에서는 재외국민투표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회장은 이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막을 올린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국을 찾았다. 전세계 80개국에서 400여명의 한인회 관계자가 참석한 이번 대회에서 유 회장은 공동의장을 맡았다. 총련은 300만 미주동포사회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총련 산하에는 8개의 지역 연합회, 그 아래로 192개 지역 한인회가 있다. 유 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2년 임기의 총련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미국의 재외국민투표 참가인원은 전체 투표권자 86만6170명(추정) 가운데 1만7053명, 약 1.9%에 불과했다. 예상보다 훨씬 저조했던 투표율에 대해 그는 “미국은 지역이 넓어서 투표인 등록을 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을 가야 한다. 선거 때도 마찬가지”라며 “아무리 고국을 사랑하고 정치에 관심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시간을 할애할 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최근 정치권의 종북논란에 대한 동포사회의 우려가 깊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만 국익에 반하는 가치를 가진 인물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애국가를 부정하는 등 종북논란에 대해 분개하는 동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흑인 손님과 기름값 시비가 붙어 발생한 흑인들의 한인 주유소 보이콧 사태는 자칫 큰 위기를 불러올 뻔했다고 유 회장은 전했다. 유 회장은 “사건 발생 당시 총련은 미국 내 흑인 민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와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때문에 흑인 커뮤니티 본부에 한인사회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수 있었고, 반한감정이 흑인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주한인회총연합회와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는 서로의 행사에 단체장이 참석하며 유색인종의 연대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 회장은 “우리 동포들 역시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아시안, 유색인종 전체를 바라보는 성숙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해외 각지에 마련된 동포사회는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진출하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며 “동포사회와 고국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정치권이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재외동포단체 회장들은 이날 한국장학재단(이사장 이경숙)에 25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