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가슴 벌렁벌렁한 단어가 있다. 나열해볼까. 메르세데스벤츠 AMG와 BMW M, 아우디 RS다. 독일 프리미엄 3총사의 고성능 모델에 붙는 이름들이다. 길에서 M, RS, AMG 로고가 붙은 독일 차를 본다면 페라리, 람보르기니에 맞먹는 슈퍼카급 세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M은 모터스포츠(Motorsports), RS는 레이싱 스포츠(Racing Sport)의 약자다. BMW는 M3, M5, M7 등으로 3·5·7시리즈 앞에 각각 M을 붙여 고성능 모델임을 표시한다. 아우디 역시 A4, A5, A6 등의 기본 모델에 RS4, RS5, RS6 등으로 RS를 붙여 출시한다.

여기까지는 참 쉽다. 문제는 벤츠 AMG다. 1967년 설립돼 역사도 세 브랜드 중 가장 길고 이름도 심상치 않다. 창립자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A)와 에르하트 메르헤(M) 그리고 회사가 설립된 도시인 그로바샤(G)의 약자를 따와 ‘AMG’로 정했다. AMG는 라인업도 복잡하다. SLK 55 AMG, GL 63 AMG, CL 65 AMG…. 이름만 봐선 어떤 특징을 가진 차인지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낙심하지 말자. 조금만 공부하면 ‘AMG 마니아’ 행세도 할 수 있다. 안다고 누가 상을 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친구들로부터 “저녀석 차 좀 아는데”라는 말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모델 라인업부터 보자. 크게 △55 AMG △63 AMG △65 AMG △SLS AMG 등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숫자는 배기량을 나타낸다. 55는 5500㏄, 63은 6300㏄, 65는 6500㏄다. 최근 들어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출력과 연비를 개선하는 다운사이징의 영향으로 6300㏄짜리 엔진이 5500㏄까지 작아졌지만 이름은 63을 그대로 쓴다. 이젠 더 이상 숫자가 배기량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알아두자.

SLS AMG는 1954년 처음 출시된 전설적인 차량 ‘300SL 걸윙’을 계승한 모델이다. 문이 위로 열리는 방식을 걸윙이라고 한다. AMG 라인업 중 유일하게 일반 모델 없이 AMG 전용으로 출시된다. 걸윙 모델과 함께 로드스터, E-cell(전기차) 모델로 구성돼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55 AMG는 현재 SLK 55 AMG 한 종류만 있다. SLK는 독일어로 ‘Sportich Leicht Kurz’의 줄임말이다. 스포티하고 가볍고 작은 차, 즉 로드스터(2인승 오픈카)라는 뜻이다. SLK 55 AMG는 5500㏄짜리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로드스터인 셈이다.

63 AMG로 넘어가보자. SL 63 AMG는 SLS와 같이 300SL을 계승한 모델이다. ‘Sport Light’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하드톱 로드스터 모델로만 출시된 차량이다. SLK의 ‘형’쯤 된다고 보면 된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인 G 63 AMG와 GL 63 AMG도 형, 동생 사이다. G는 땅(Ground)을 의미한다. CL 63 AMG와 CLS 63 AMG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차이는 간단하다. 두 차량 모두 벤츠 S클래스의 쿠페 모델이지만 CLS는 4도어 쿠페, CL은 2도어 쿠페다. C 63 AMG와 E 63 AMG, S 63 AMG는 당연히 C, E, S클래스의 고성능 모델들이다.

마지막으로 65 AMG. 라인업은 G, SL, CL, S로 이뤄진다. 앞에 붙는 이름에 따른 특징은 다른 모델들과 같다. 엔진 배기량이 6500㏄로 크고 힘이 세다. 엔진이 큰 만큼 차종도 대형 모델 4개로 구성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