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계가 아마추어 여고생 골퍼 김효주의 프로 전향을 놓고 소란에 빠졌다. 김효주는 지난 4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시즌 개막전인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9타차 우승을 거두며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주 전 일본 대회에서는 최연소 아마추어 우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박세리와 신지애를 능가하는 ‘대형 루키’의 등장은 스타 선수에 목말라 있는 한·일 양국의 프로투어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전례가 없는 아마추어의 한국과 일본 프로대회 우승으로 김효주는 두 나라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문제는 두 나라의 혜택이 다른 데서 비롯됐다. 한국은 아마추어가 우승하면 정회원 자격만 주고, 다음해 출전권(시드)은 주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선수 등록만 하면 바로 1년간 대회에 나갈 자격을 부여한다. 김효주는 일본 대회 우승으로 당초 9월 말로 예정된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대회를 마치고 프로에 뛰어들기로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일본에서는 만 18세가 안 된 김효주가 7월6일까지 선수 등록을 마치면 나이제한을 풀어 모든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내보다 대회 수나 상금 규모 등 모든 여건이 뛰어난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김효주가 일본행에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국내는 시드전을 통과해야 내년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프로가 되면 2년간 해외 진출이 금지된다.

본지에서 김효주가 일본에서 프로 데뷔하기로 했다고 보도(6월20일자)하자 KLPGA는 뒤늦게 불합리한 조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김효주가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KLPGA는 “정회원 자격만 줘도 큰 특혜인데 시드까지 주느냐. 박세리, 신지애도 모두 시드전을 거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에서 우승한 뒤에도 “김효주가 한국에서 뛸지, 일본에서 뛸지는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며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대응했다.

김효주는 하반기 국내 여자프로골프 대회 주최 측으로부터 거의 대부분 초청받을 정도로 ‘흥행 카드’로 부상했다. 메인 스폰서를 하고 싶어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KLPGA는 그런 스타를 일본으로 내몰고 있다.

한은구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