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미리마트는 잊어달라"…홍석조의 '독립선언'
“오랜만에 많은 기자들 앞에 서니 어쩐지 어색하고… 긴장됩니다. 오늘은 우리 회사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날입니다. 두려우면서도 크나큰 자부심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내 편의점업계 1위 ‘훼미리마트’를 이끄는 홍석조 BGF리테일(옛 보광훼미리마트) 회장(59)이 취임 5년여 만인 18일 처음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홍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1일부터 편의점 브랜드를 훼미리마트에서 ‘CU(씨유)’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훼미리마트는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합작으로 1990년 국내 1호점을 연 지 22년 만에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日브랜드와 결별…‘독자 경영’

"훼미리마트는 잊어달라"…홍석조의 '독립선언'
이 회사는 브랜드 교체를 앞두고 지난 7일 사명을 BGF리테일로 바꿨다. 홍 회장은 “CU는 ‘CVS for you(당신을 위한 편의점)’의 줄임말이고 BGF리테일은 보광훼미리마트에서 연유한 이름이자 베스트(Best), 그린(Green), 프레시(Fresh)라는 키워드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사시 18회)인 그는 2007년 3월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으며, 이 회사 최대주주(지분 35.02%)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홍 회장은 이날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새 브랜드에 대해 10여분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질문에 답했다. 그는 “지난 22년 동안 일궈낸 대한민국 1등 편의점이라는 정체성을 당당히 표현하려면 우리 자신의 브랜드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일본 훼미리마트와는 앞으로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로 완벽하게 합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유지 계약을 들어 밝히지 않았다. 일본 훼미리마트는 이 회사의 2대 주주(지분 23.48%)다.

홍 회장은 독자 브랜드 출범을 계기로 ‘21세기 한국형 편의점’의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 안의 작은 기계에서 일체형 편의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같은 편의점을 8월부터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의 점포당 평균 면적이 66㎡ 정도로 좁은 편임을 감안, 카탈로그로 주문한 물건을 창고에서 내주거나 택배로 배송해주는 ‘가상 스토어’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 유통서비스회사로 도약”

BGF리테일의 작년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과 비교하면 덩치가 작지만 점포 수는 7281개에 달한다. 홍 회장은 “이미 7000곳 이상이 브랜드 전환에 동의했다”며 “2020년에는 연 매출 10조원의 종합유통서비스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기업이라고 해도 발전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면 미래는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험한 길을 달리더라도 가능성이 무한히 트여있는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기업인의 목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길(독자 브랜드)을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외부 활동을 자제했던 데 대해 “공직자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해 경험이 부족한 제가 앞에 나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게 자칫 결례나 오만으로 비쳐지진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체 브랜드 출범과 사세 확장에 나선 홍 회장은 대외 활동에도 차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