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월급처럼 매달 통장에…'즉시연금'의 매력에 빠지다
[강남부자는 지금] 월급처럼 매달 통장에…'즉시연금'의 매력에 빠지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동국 사장(50·가명)은 최근 부인과 함께 한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에 각각 5억원씩을 넣었다. 김 사장과 부인은 가입한 그 다음달부터 매월 200만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유배당 상품이기에 내년에 배당을 받으면 월 210만~22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2~3년 후 은퇴를 해서 마련한 퇴직자금으로 같은 즉시연금에 각각 10억원씩을 더 넣을 계획이다. 김 사장과 부인은 매달 600만원씩 모두 12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김 사장은 “즉시연금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상품을 추천한 이지연 농협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선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부자들이 많다”며 “주식 시장이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다고 해서 갑자기 투자하던 상품 비중을 한꺼번에 줄이기보다는 차츰차츰 조정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즉시연금 인기 ‘지속’

즉시연금은 미리 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안정적인 자금을 바로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공시이율이 연 4% 중·후반대라는 점도 부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이 팀장은 “높은 세금부담이나 원금손실에 대한 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노후자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즉시연금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즉시연금에 가입할 때 실질 수익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즉시연금의 이자율은 공시이율에 따라 결정되지만 여기에 보장을 위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 등은 빠져 있다. 예를 들어 60세 남성이 공시이율 연 4.7%로 1억원을 즉시연금에 가입한 경우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포함한 총 납입액 대비 수익률은 3.9%대다.

즉시연금 상품 중 상속연금형이나 확정연금형과는 달리 종신연금형은 해약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연금상품은 최소 10년 이상, 길게는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이어지는 만큼 장기적인 안정성을 고려해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가입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중금채도 관심 이어져

서울 삼성동에 사는 최나현 씨(55·가명)는 최근 부동산을 팔아 마련한 30억원 중 20억원을 중금채(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소기업금융채권)에 투자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싶었다”며 “나머지 10억원은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을 소개한 백미현 기업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최근 강남 부자들은 원금이 보존되는 투자 상품을 찾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기대 수익률을 예전보다 많이 낮추고 굉장히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상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초보자가 가장 쉽게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채권을 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금채가 있다. 연 4%대의 금리에 중도 환매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국책은행이 발행한 채권이기 때문에 안전하다.

대치동 김기훈 씨(58·가명)는 최근 물가연동국채에 5억원을 투자했다. 물가는 오르고, 은행 금리는 낮은 요즘 물가연동국채도 각광받는 저축수단이다. 물가연동국채는 인플레이션 헤지와 절세가 가장 큰 장점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원금이 불어나고 이렇게 늘어난 원금의 표면금리에 해당되는 이자를 주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끼는 이점도 있다. 물가연동국채의 수익 중 이자수익은 과세대상이지만 원금가치 증가분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백 팀장은 “세후 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여기에다 정부가 원금을 보장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