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운영…이미 많은 곳 참여
확대 도입에 관련단체 반발 부당
국민만족 높일 의료비 도출해야

김철환 < 인제대학원대 보건경영학과 교수 >
[시론] 포괄수가제가 의료품질 낮춘다고?

최근 언론 이슈 중 하나가 올 7월부터 시행될 포괄수가제 시행과 관련된 논란이다. 포괄수가제는 치료과정이 비슷한 입원환자들을 분류해 일련의 치료행위를 모두 묶어서 하나의 가격을 매기는 의료비 지불방식이다.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로 입원환자는 진료비의 2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가령 통상적인 백내장 수술에 필요한 검사와 수술비 및 재료대 모두 미리 정해놓은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백내장 수술뿐만 아니라 편도 수술, 맹장 수술, 탈장 수술, 치질 수술, 자궁적축술, 그리고 제왕절개 분만도 미리 금액을 정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예측 가능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의료비 심사기관에서는 진료비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과의 마찰도 줄어들고, 정부는 보험재정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병원은 비용이 정해졌으므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가 높은 치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들지만 대다수 의사들이 이미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으니 손해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왜 의사협회와 안과, 이비인후과, 외과, 산부인과 등 관련 단체들은 포괄수가제 확대를 반대하는 걸까?

대한안과의사회를 비롯한 관련 의사 단체들은 수술 포기를 결의했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갑자기 시행되는 제도도 아니고 이미 우리나라에서 15년 동안의 운영경험을 통해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제도다. 안과 백내장의 경우 현재도 이미 89%의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10% 감소한 백내장 수술비도 정부가 정한 것이 아니라 의사협회와 안과 의사들이 협의해서 정한 것인데 갑자기 안과의사회가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하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7월 시행예정인 백내장 수술 수가가 10% 인하된 이유는 의협과 학회가 스스로 정한 상대가치(의사행위량)의 조정 때문이다. 행위별 수가 상대가치 조정으로 백내장 수술가격은 낮아지고 안저검사 등 빈도가 많은 검사가격은 높아졌다.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가 과거보다 손해를 볼 것은 분명하지만 그 책임을 정부에 돌리고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한 포괄수가제가 저질의료를 양산하는 나쁜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진료하는 의사들은 수입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저질의료를 행해서 자기 수입을 올릴까? 질이 낮아지면 합병증이 많아져 비용은 더 들고 환자들의 민원에 시달리는데 왜 의사들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겠는가?

포괄수가제는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기관에 의료비를 나누는 방법의 한 가지일 뿐이다.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우리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의료비를 나누는 행위당 수가제가 그간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궤도에 오르는 데 기여한 바가 크지만 앞으로 포괄수가제나 총액예산제와 같은 제도로 보완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는 의료비 상승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데 언제까지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포괄수가제에 대한 논란은 멈추고 더 큰 의제를 다루기를 부탁하고 싶다. 우리에게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국민들이 지불가능하면서도 최대한 질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수준의 국민의료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정부는 원가를 보장하는 의료보험 수가를 책정하고, 의료기관은 의료의 질과 만족도를 현재보다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을 더 경주하는 대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보험재정을 더 확보하고 보험 급여를 더 확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질을 잘 평가해서 잘하는 곳은 보상을 더 주고 못하는 곳은 덜 주는 경쟁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겠는가.



김철환 < 인제대학원대 보건경영학과 교수 fmmother@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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