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 지금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웰니스’다.”

마르쿠스 비들러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서비스통합관리부문 부서장은 13일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독일 정부가 매년 질병 예방을 위해 지출하는 예산만 110억유로(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유럽 각국 정부의 의료 정책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비 지출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웰니스로 사회보장비용 감축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AAL(Ambient Assisted Living)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AAL 프로젝트란 고령자에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건강관리·응급시스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비비안 레딩 EU 정보사회미디어집행위 부위원장은 “노인도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향유해야 한다”며 “AAL이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왕성하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 인구의 건강을 관리하면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지출 등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스페인이 구제금융 신청에 앞서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의 이 같은 정책 변화는 고령화의 가속화와 함께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프라운호퍼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에서 개인이 건강 등에 투자하는 전체 비용은 연간 600억유로에 달한다. 이 중 피트니스 시장은 40억유로 규모다.

비들러 부서장은 “헬스케어 시장은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스포츠 용품, 헬스 리조트 등 연관 산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잠재적으로는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들 역시 웰니스 산업의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인터넷 및 정보기술(IT) 기기의 발달로 성장성은 더 커졌다”며 “독일에서 건강과 관련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도 매년 150%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도 웰니스 산업 급성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건강보험 중장기 재정 전망 보고서에서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2020년 15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에는 3배에 이르는 47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전망이다.

토론에 나선 백승수 헬스커넥트 본부장은 “한국의 의료 산업도 예방 중심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국도 유럽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토론자들은 스마트폰 등 IT 기기 발달이 웰니스 산업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신현수 롯데정보통신 이사는 “IT망은 대부분의 나라에 구축돼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IT와 융합한 웰니스 시장의 성장은 공통된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들러 부서장은 이에 대해 “나라마다 IT시스템이 다른 만큼 웰니스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현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자신을 차병원 의사라고 소개한 한 청중은 “차병원에서도 웰니스 영역에 들어가는 운동역량, 휴식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기술이 발달해도 개인의 생활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IT는 수단에 불과하고 동기 부여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개인이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좋은 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미현/김인선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