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한국인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하는 이유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해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정부와 식품업계, 소비자단체는 물론 의료계와 학계까지 힘을 합쳐 식습관 개선 운동을 펼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금은 음식의 맛을 더하는 재료로, 체내에서 체액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영양소다. 각종 식생활에서 뗄 수 없는 재료다. 하지만 소금을 과량으로 섭취하게 되면 고혈압을 비롯해 뇌졸중, 심장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일일 나트륨 섭취량을 일정량 이하로 제한하고, 섭취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소금(나트륨)의 과다 섭취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은 고혈압이다. 최근 들어 소금 섭취만 줄여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트륨과 고혈압의 상관성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 자체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사망률이 높은 심혈관계 합병증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그런 점에서 고혈압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은 의미가 있다. 우려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나트륨 섭취가 많다. 고혈압 유병률 역시 세계 평균보다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5g 정도로, WHO 권장량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즐겨먹는 음식을 보자. 국이나 찌개, 면류 등의 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음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치나 젓갈류뿐 아니라 고기나 회를 먹을 때도 소금이나 간장을 먹는다. 나트륨 섭취량이 해마다 증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필연적으로 ‘한국형 고혈압’ 양상을 부추기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인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하는 이유

한국인의 고혈압 발병은 55세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염도 식습관이 고령으로 인한 혈관 노화와 겹치면서 고혈압 발병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한국형 고혈압’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개선과 함께 치료제 선택에 있어서도 중요한 근거가 된다. 나트륨 섭취가 많을 경우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이 깨지기 쉽다. 환자의 소금 섭취량이나 RAS의 활성화 여부에 영향이 적은 암로디핀 등의 칼슘채널 차단제가 한국인들의 고혈압 특성에 부합하는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 관리와 치료는 적절한 혈압강하제의 복용과 함께 체중관리, 꾸준하고 적절한 운동, 금연, 과음을 하지 않는 등 일상생활 속 관리가 기본이다. 이제부터라도 ‘짜고 맵게 먹지 말라’는 주변의 말을 흘려 듣지 말아야 한다.

김철호 <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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