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지주 '아가씨 대출' 아깝네
유흥업소 여성 접대부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얼마나 클까. 직업의 특성상 이동이 잦은 만큼 부실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퇴출된 제일저축은행이 유흥업소 여성 접대부에게 빌려준 이른바 ‘아가씨 대출’의 부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일저축은행은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 아가씨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 준 곳으로 꼽혀왔다. 영업정지 당시 73곳의 유흥업소에 대한 총 대출잔액이 1546억원에 달했다. 모 유흥업소는 36명의 종업원 이름으로 1인당 평균 4000여만원씩 모두 14억6000만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런 대출은 ‘마이킹’ 대출이라고도 불린다. 가불금을 뜻하는 일본말 ‘마에가리킨(前借金)’에서 나온 것이다. 여성 접대부에게 가불금을 준 유흥업소 업주가 아가씨들로부터 받은 각서를 기초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형식상 대출자는 업주이지만 실제로는 돈을 갚은 사람이 여성 접대부인 신용대출 상품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마이킹’ 대출의 부실이 낮은 이유로 여성 접대부로부터 받는 각서를 꼽고 있다. 각서에는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부모에게 알리겠다거나 혹은 심야에도 빚독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심지어 신체포기 각서도 담겨져 있는 경우도 있다. 모두 법률적 효력은 없는 것이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서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채권추심을 막고 있으며 법률적 책임이 없는 한 채무자 외에 다른 사람에게 빚을 갚도록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여성 접대부들도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부모에게 알린다는 협박에 큰 부담을 느껴 대출금을 제때 갚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한 KB저축은행은 ‘마이킹’ 대출을 한 건도 갖고 있지 않다. 지난해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부실 우려 탓에 이들 대출을 파산 재단에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에서 자칫 금융사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관련 대출 인수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