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온라인상에서 ‘난폭택시’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여성 운전자가 몰고 가는 차량에 택시가 고의로 충돌한 후 달아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로 녹화한 이 장면이 공개되자 블랙박스 업체에 여성들의 구입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난폭택시 영상뿐만 아니다. ‘YF쏘나타 급발진’ ‘운동장 김 여사’ 사건 등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온라인에서 잇따라 공개되면서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블랙박스 이용률이 낮았던 여성 고객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관련업계는 올해 블랙박스 시장이 2년 전보다 4배 정도 늘어난 연간 200만대 수준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한몫

女心 잡은 차량 블랙박스 잘나가네
시장조사업체인 IRS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블랙박스 판매대수는 2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2008년엔 6만5000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여성 고객 증가를 꼽는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여성운전자의 자동차 안전운행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성 운전자 가운데 블랙박스를 장착한 경우는 12.3%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 고객의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부가 지난해 부터 트럭, 택시 등 운송사업 용도 상용차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고, 일부 보험사들이 블랙박스를 장착할 경우 3~5%가량 보험료를 할인해 주고 있어 수요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블랙박스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업체들의 시장 선점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20만원 안팎인 차량용 블랙박스를 생산하는 국내업체는 130여곳에 달한다. 최근엔 마이스터, 팅크웨어, 파인디지털 등 내비게이션 제조사들도 블랙박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코원, TG삼보컴퓨터, 아이리버 등도 신규 사업으로 블랙박스를 선보이고 있다.

○시장경쟁 치열해져

이들은 우선 여심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라그룹 계열의 자동차 용품 업체인 마이스터는 이달 초소형, 초경량 디자인의 신제품 ‘BN200’ ‘BL200’을 내놨다. BK C&C는 분홍색, 보라색 등 8가지에 달하는 화려한 색깔의 제품을 선보였다. 블랙박스 색깔이 ‘블랙’이란 편견을 깨뜨린 것. HS네트웍스는 헬로키티 디자인을 적용한 블랙박스를 출시했다.

다양한 기능도 선보이고 있다. 팅크웨어는 150만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 음성 안내 기능도 지원하는 ‘아이나비 BLACK E100’을 출시했다. 사용자 환경에 맞춰 녹화방식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파인디지털 역시 ‘CR-300HD’를 통해 초당 30프레임의 풀 HD 녹화 모드를 제공한다. 이는 사고 발생시 중요한 요소인 교통 신호, 안내 표지판, 자동차 번호판 등을 선명하게 촬영해 정확히 식별해준다.

박영수 마이스터 팀장은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을 갖추고 다양한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하는 업체들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차량용 블랙박스

차량 전방을 동영상으로 찍어 기록, 교통사고 발생시 책임을 가리는 데 사용하는 장치다. 카메라 형식의 제품이 많으며 차량 내 백미러 근처나 계기판 위에 주로 설치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