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축은행 예금금리 많이 떨어졌네
지난해 6월 신라저축은행 분당지점에서 연이율 5.5%의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던 김진경 씨. 그는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면 비슷한 상품을 다시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1년 전보다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저축은행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일반 시중은행 예금 상품을 찾아볼 생각이다. 안정성도 높은데다 저축은행과 금리 차이도 크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아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던 고객들이 최근 들어 금리차가 줄어들자 고민에 빠졌다.

○금리 격차 0.5%포인트도 안 돼

2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3%다. 지난해 8월 연 5.01%까지 치솟았던 금리는 11월 연 4.6%로 떨어지더니 반년 만에 다시 0.3%포인트가 빠졌다. 연 4.7%씩 이자를 줬던 솔로몬과 한국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해 돈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평균 금리는 연 4.3%에도 못 미친다.

이에 반해 시중은행들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다. 최근 국민은행이 ‘국민수퍼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연 3.9%에서 3.88%로 낮췄고 신한은행도 ‘월복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3.95%에서 3.9%로 낮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연 4%를 조금 넘었던 1년 만기 정기예금이 올 들어 4%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하락폭은 그다지 크지 않다”며 “산업은행 등이 공격적인 영업을 멈추지 않고 있어 금리 인하에 눈치가 보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두 업권의 금리차가 지난해 1%포인트 이상에서 0.5%포인트 미만까지 좁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이 금리 하락세 주도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뚝 떨어진 데는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들의 역할도 컸다는 분석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4.2%로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부실 저축은행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하다보니 여수신 중 수신 비중이 높아 이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들이 소극적으로 영업을 하다보니 기존 저축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빚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들보다 조금만 높게 이자를 줘도 예금잔액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들이 저축은행이 자리를 잡아 본격적으로 수신 영업에 나서기 전까지는 금리를 높여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저축은행들은 금융감독 당국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수신액을 의도적으로 높여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수신을 많이 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유리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앞두고 저축은행들은 금리를 높이는 등 공격적으로 수신 영업을 강화해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