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역사는 장차 스마트폰 등장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기술과 사람, 정부와 시민의 ‘공존’을 주제로 22~24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서울디지털포럼 2012’에서 나온 말이다. 스마트폰의 영향력을 한 마디로 압축한 셈이다.

스마트폰 세상이다. 국내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1년 10월 53%에서 올 하반기면 80%까지 올라가리란 전망이다. 그간 팔린 것만 2500만대. 이미 거의 다 갖고 있다는 얘기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면서 세상은 실로 무섭게 달라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 없는 게 그것이다. 게임과 채팅,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실시간 소통, 주식 투자 등 온갖 일이 가능해지면서 다들 깨어있는 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10~30대는 밥 먹을 때와 걸을 때, 심지어 화장실 갈 때도 들고 다닌다. 평균 3~6분에 한 번씩 만진다는 건데 더 심한 경우도 허다하다. 다섯살배기도 게임 때문에 엄마 아빠의 스마트폰을 찾는다는 정도다. 실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1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서 만 5~9세 아동의 인터넷 중독률(7.9%)이 만 20~49세 성인의 중독률(6.8%)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6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24%가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했다. 어른도 만만치 않다. 강의와 회의, 회식과 데이트 중에도 각자 스마트폰으로 딴짓을 한다. 말은 줄어들고 눈을 맞추지도 않는다.

스마트폰의 중독성이 ‘담배나 알코올보다 강할 수 있다’(미국 시카고대 윌헴 호프만 교수)는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 하는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준말)란 말이 생겨난 가운데 인터넷 중독자가 10명 중 1명이라면 스마트폰 중독자는 4명에 1명꼴이란 보고도 나왔다.

미국도 같은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제발 스크린에서 눈 좀 떼라고 조언했다.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를 통해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며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고 말한 것.

IT 발전의 선봉에 서온 구글 회장이 이렇게 나올 정도니 디지털기기로 인한 대화 단절이 어느 정도인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잠깐씩이나마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자는 ‘디지털 디톡스(해독)’ 운동도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생긴 고육지책일 것이다.

중요한 건 카카오톡 친구나 트위터 팔로어 숫자가 아니라 기쁘고 슬플 때 옆에서 함께 웃고 울어줄 사람이 있느냐는 거다. 그러자면 짬과 용기를 내 직접 만나야 한다. 카톡으로 아무리 자주 얘기해 봤자 헛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