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7월부터 맹장 백내장 등 7개 질병에 의무 적용하는 포괄수가제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포괄수가제에 반대한다”며 “정부가 강제로 시행한다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건정심은 건강보험 정책 관련 최고 심의·의결기구로 공익대표, 공급자 측, 소비자 측 대표 각 8명씩 총 24명으로 이뤄지며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이다. 의사협회는 이 중 공급자 측으로 2명의 위원을 추천하는데 현재 건정심 구조상 의사들의 주장이 먹혀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포괄수가제 의무 적용은 의사협회 전임 집행부와 합의한 사항”이라며 “당초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협회의 ‘건정심 탈퇴’ 압박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의사협회 측 대표가 불참해도 회의를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회의는 보통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의사협회의 이 같은 갈등은 포괄수가제를 보는 시각 자체가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백내장 수술의 포괄수가가 85만원인데 핵심 재료인 인공수정체는 미국산이 30만원, 인도산이 4만원”이라며 “의사들이 미국산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면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국민들의 의료 선택권이 축소된다는 얘기다.

반면 복지부는 포괄수가제로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광범위하게 시행돼 효과가 입증됐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포괄수가 대상 질병은 대체로 치료 기법이 표준화돼 있다”며 “의사협회장의 말처럼 재료 가격이 7~8배가량 차이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특히 포괄수가제가 과잉 진료 해소와 국민 의료비 부담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의사들이 진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과잉 진료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포괄수가제

특정 질병에 대해 진료 횟수나 종류에 상관없이 일정한 진료비를 책정하는 제도다. 진료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진료비를 부과하는 행위별 수가 제도의 반대 개념이다. 병원과 의원은 오는 7월부터, 종합병원 이상은 내년 7월부터 맹장, 백내장, 편도, 탈장, 치질, 제왕절개 분만, 자궁부속기 수술 등 7개 질병군에 포괄수가를 의무 적용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