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콜벳은 쉐보레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6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스포츠카이지만 포르쉐처럼 60년째 크게 변하지 않은 디자인을 고수한다. 미국에 콜벳이 있다면 일본에는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이 있다. 스포츠카라기보다는 랠리카에 가깝지만 두 모델 모두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달리기 선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차를 차례로 시승해봤다.


○눈길 사로잡는 콜벳…직진 주행 ‘짜릿’

먼저 시승한 차는 콜벳 쿠페. 외관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톱 오픈 방식이다. 자동버튼이 아닌 손으로 톱을 직접 해체해 열어야 하는 오래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처음 열 때는 당황스럽지만 손에 익으면 3~4분이면 충분하다. 전체적인 외관은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로&와이드’ 비율이다. 특히 전고(높이)가 1245㎜로 낮아 바닥에 붙어 달리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개성 강한 차체 디자인, 원색의 색상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콜벳은 8기통 6.2ℓ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8.7㎏·m의 성능을 뽐낸다. 직선주로에서 4.3초만 밟으면 어느새 시속 100㎞에 도달한다. 시속 200㎞를 넘는 건 식은 죽 먹기. 최고속도가 시속 306㎞에 이르는 ‘괴물’이다.

시동을 걸면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중독성 강한 배기음이 차체를 감싼다. 액셀러레이터와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즉각적이어서 스포츠카의 DNA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코너링보다는 직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코너링에서는 신뢰가 가지 않았다. 직선주로에서 달리는 맛은 유럽 스포츠카 못지 않았다. 차값은 8640만원. 고가지만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는 유럽 스포츠카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코너링에서 진가 발휘…4륜구동의 최강자 랜서 에볼루션

다음으로 시승한 차는 랜서 에볼루션. 1992년 처음 출시 이후 전 세계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다. 이 차는 모터스포츠의 천국인 영국에서 각종 레이싱 경기에 참가, 우수한 성적을 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겉모습을 살펴보면 호불호(好不好)가 갈린다. 호보다는 불호가 많은 디자인이다. 다소 투박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과 부담스러운 크기의 리어 스포일러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존재감은 더욱 컸다. 투박해보이는 디자인도 볼수록 매력이 있다.

랜서 에볼루션의 진가는 코너링에서 발휘된다. 4륜 구동 특유의 접지력으로 도로에 착 달라붙어 돌아나가는 맛은 한 번 중독되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

미쓰비시의 핵심 기술로 네 바퀴 전체를 통제하는 S-AWC 시스템은 차량의 자세를 거의 완벽하게 잡아준다. 고속으로 코너를 빠져 나가도 차체 안정성이 높은 것은 이 기능 덕분이다.

2.0ℓ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이 내뿜는 300마력 가까운 힘은 랜서 에볼루션의 또 다른 매력이다. 차량 전체를 울리는 엔진의 진동과 저음의 우렁찬 배기음은 ‘포르쉐 노트’와 같은 중독성이 있다.

핸들링도 즉각적으로 반응해 콤팩트한 차체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가격은 5950만원. 디자인 부분만 포기한다면 가격 대비 성능과 만족도는 단연 최고 수준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