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한경아카데미 원장
[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소셜 시대의 고객 집단

외로운 시대다. 모두가 혼자다. 사람끼리 사이버상에서 얽히고설키는 ‘소셜(social)’이 활발한 것은 어쩌면 개인들이 쓸쓸해서인지도 모른다. 대가족 시대를 기억해보라. 집 밖에 있는 ‘남’과 사귈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 혼자 됐으니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생각해보자.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독백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에 여행지에서 찍은 자기 사진을 올리고 낙서 같은 기행문을 적어두는 것은 남과의 교류가 아니라 자기만의 저장공간을 채우고 있는 활동일 뿐이다. SNS는 핵가족과 고독의 결과물이다.

고독한 사람들의 감성 연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만 멀리서 볼 때는 이들은 거대한 집단이다. 기업이 소셜 시대의 고객들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잘 모르는 사람끼리 느슨하게나마 연대를 맺으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힘을 갖게 된 것이 우리 시대의 고객이다. 새 상품이나 서비스에 조그마한 하자가 있는 것을 한 명이라도 발견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기업이 존폐의 위기에 몰리는 일도 자주 생긴다.

우선 셈법부터 달리해야 한다. 고객을 이제 1+1+1식으로 세어서는 안 된다. 고객은 둘이 되는 순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다. 1, 2, 4, 8, 16식으로 세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폭발적인 잠재력은 기업에는 큰 기회이자 위기요인이다.

무슨 기회가 있을까. 별다른 마케팅이 없어도 하루밤 사이 거대한 고객집단을 모을 수 있는 것이 소셜마케팅의 힘이다. 영국의 건설노동자인 폴 우드라는 사람은 2009년 어느날 밤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가 수전 보일이라는 무명가수의 잠재력을 읽었다. 그는 방송프로그램을 보자마자 ‘수전보일닷컴’이라는 팬사이트를 개설했고 4일 만에 하루 페이지뷰가 100만건이 넘었다. 폭발 아닌가!

인터넷&글로벌 시대라서 가능해진 이런 변화는 기업 경영에 있어 완전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옛날 고객DB만 들고 영업하는 기업들의 갈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신시장 개척의 엔진될 수도

많은 기업들이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공식 페이스북 또는 트위터 등을 만들어 사람들과 호흡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고독을 기반으로 하는 SNS의 특성상 사람냄새 나지 않는 기업들이 똑같은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소통이 활발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SNS가 활발해지도록 마당을 깔아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우리 회사와 관련된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주고 이들이 이 도구를 사용해 상호교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다.

이런 마당은 신문 방송 등 유료미디어나 회사 홈페이지 등과 구별해 ‘관계구축(earned) 미디어’라고 부른다. 회사가 제공한 공간에서 몰려든 고객들끼리 관계를 쌓아 신뢰가 형성된 사이트라는 뜻이다. 다행히 이런 솔루션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고독하고 외롭고 결국 혼자인 고객 개개인에게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비슷한 사람을 모아주고 공유하는 체험을 유도하며 그들이 원하는 그대로 회사가 만들어주는(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그물망식 소통이 중요해졌다. 철저히 개인화된 삶의 양식을 존중해주면서도 친근함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면 소셜시대의 고객은 흘러갈 뿐이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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