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예금을 받아 운용하는 저축은행은 어떤 상황에서도 원리금을 돌려줄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김하중 동부저축은행 사장(67·사진)은 8일 “원리금도 못찾아 눈물을 흘리는 영업정지 저축은행 고객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부저축은행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1972년 설립한 동부신용금고가 전신이다. 당시 정부의 사채 양성화 정책에 따라 신용금고법이 제정되면서 350여개 신용금고와 함께 출발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함께 시작한 신용금고(현 저축은행) 중 자산 1조원 이상이면서 대주주가 바뀌지 않은 곳은 동부저축은행이 유일하다. 김 사장은 15년째 동부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결국 대주주의 도덕성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는 “김 회장은 40년간 단 한 번도 동부저축은행으로부터 배당을 받지 않았다”며 “이익을 내부 유보해 저축은행 건전성 향상에 힘쓰라는 게 회장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대주주인 김 회장으로부터 대출을 내주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 “우리라고 욕심이 안 났던 것은 아니다. 근데 가만 보니 안 되겠더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처음엔 사업장 부지가 90% 이상 확보된 우량 물건만 취급했으나 점점 욕심이 과해지면서 3만평 규모의 사업장에 달랑 집 한 채 잡고 시작하는 PF도 봤다고 했다. 동부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590억원·5.1%) 중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된 대출은 아예 없다.

김 사장 부임 당시 업계 3위였던 동부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과는 다른 길(?)을 걷는 사이 업계 20위권까지 내려갔다. 김 회장은 이를 놓고 김 사장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사장은 “회장이 불만이 있었으면 진작 사장을 바꾸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잇따른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라 동부저축은행은 업계 5위까지 다시 올라섰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2.08%이며 지난 10년 동안 8%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김 사장은 “동부저축은행은 이자가 다른 저축은행보다 높지 않음에도 건전성을 보고 찾는 경우가 많아 5000만원 이상 예금이 전체 예금의 40%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