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딜레마에 빠졌다.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라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세계 시장은 연평균 2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여기에는 시장이 형성된 기간이 짧은 데 따른 기저효과(베이스이펙트)도 있다. 최근에는 공급과잉과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위기 이후 공급과잉 역풍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 산업은 2010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유럽의 수요 위축,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초 독일 태양광업계 1위인 큐셀이 파산신고를 했고,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퍼스트솔라는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태양광업체들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2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은 지난해 ‘사업 보류’를 선언했고 폴리실리콘 생산량 기준 세계 3위인 OCI도 제4공장 완공과 5공장 착공을 연기하며 증설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셀을 생산해온 미리넷솔라, 제스솔라 등이 지난해 생산을 중단했다. 모듈업체인 메르디앙솔라는 파산했고 심포니에너지는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유럽 풍력시장에 뛰어들었던 국내 기업들도 사업을 철수하거나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 은 독일 풍력업체 바드에 대한 인수 작업을 중단했다. 바드는 풍력발전 프로젝트 개발에서 설비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기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상풍력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GE, 중국 업체 등과 인수경쟁을 벌여왔다. 회사 측은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 인수의 효용성이 작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도 스코틀랜드에서 추진하던 3000억원 규모 풍력사업에서 발을 뺐다. 지방정부와 투자자들의 자금난으로 사업진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영국 자회사인 두산파워시스템(DPS)은 스코틀랜드 렌프루에 10년간 약 1억7000만파운드(3000억원)를 투자해 연구·개발(R&D)센터와 풍력발전용 윈드터빈 제조공장을 세우고, 장기적으로는 풍력발전소도 지을 계획이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재정문제로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가 컸고 선거철까지 겹쳐 소극적이었다”며 “사업에 함께 투자하기로 한 현지 발전회사도 계획했던 투자의 일부만 투자하겠다고 해 더 이상 진행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2년이 고비

전문가들은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여력, 금융지원, 차별화된 기술력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위기 상황을 견딜 맷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는 공격적인 태양광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화 관계자는 “태양광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으로 1조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건립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며 “다른 그룹들처럼 여러 안 중 선택하는 차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웅진그룹도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고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실리콘도 8일 여수에 제2공장을 완공하고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5000에서 1만5000으로 3배로 늘렸다.

도 오창 박막태양전지 공장을 연내 준공하고, 캐나다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삼성SDI 역시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박막형 태양전지 시장을 겨냥해 R&D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유복환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기획단장은 “비가 온다고 길을 나서지 않으면 집엔 언제 가겠느냐”며 “반도체산업 초기에도 우려가 많았지만 결국엔 공격적으로 투자한 곳들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년이 고비로, 미래의 먹거리라는 확신 아래 대규모 투자가 동원돼야 하는 만큼 오너의 의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 풍력은 제2의 조선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심형준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지원이 전력 생산에만 집중돼 있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또 다른 축인 저장 분야 육성책은 부실하다”며 “저장 기술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정현/이유정/정성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