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시장 더 얼어붙나

예보, 부실채권 공매 등 조기 처분 나설 듯
금융권 PF 외면…중견건설사 직격탄 우려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파장] 세운상가ㆍ남양주 금곡산단 등 개발사업 장기 표류 위기

솔로몬 등 4개 대형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건설·부동산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분양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매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면서 당장 개발해야 할 아파트사업 등에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막혀 자금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법정관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건설업계에 생존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PF 시장 교란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파장] 세운상가ㆍ남양주 금곡산단 등 개발사업 장기 표류 위기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4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자체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시장에 미칠 후폭풍을 우려, 개별 저축은행의 PF 규모 공개를 꺼리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경기 남양주시 금곡산업단지(410억원)와 경기 광주시 태전동 도시개발사업(300억원) 등에 토지를 담보로 대출한 상태다. 이와 함께 세운상가 재개발사업(511억원)과 경기 광주시 산업단지개발(378억원) 등은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중단됐다.

세운상가 재개발사업의 경우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세운4재개발구역에 건설 예정인 36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에 대해 문화재청이 남산 경관을 해칠 수 있다며 수정을 요구해 2년째 표류하고 있다. 미래저축은행(충남 골프장·1500억원)과 한국저축은행(서울 영등포 오피스텔사업·179억원) 등도 자금 회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관리권을 넘겨받는 예금보험공사는 이들 사업장의 부실 PF 채권에 대해 조기 현금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저축은행에서 2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은 한 시행사 대표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출금의 10~20%를 즉시 갚지 못한 PF사업장은 대부분 경매 처분에 들어가 상당수 PF사업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개발업체 임원도 “예보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실 PF사업장을 한꺼번에 경·공매에 부치면 부동산 개발 시장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캠코가 맡은 부실 PF도 갈 길 멀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이 2008년 이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맡긴 부실 PF사업 채권 규모는 56개 현장, 5183억원이다. 한국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은 각각 3026억원(51개 현장), 859억원(17개 현장)에 이른다. 캠코가 맡고 있는 저축은행 부실 PF사업장 350여곳 중 100곳가량에 이들 저축은행 자금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경기 고양시 주상복합 현장은 솔로몬저축은행이 캠코에 맡겨둔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보유 채권의 91%(175억원)를 솔로몬저축은행이 갖고 있다. 이들 PF는 땅값 명목으로 단기 대출해준 ‘브리지론’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사업 정상화가 쉽지 않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부실 PF 채권은 캠코에서 계속 보유하거나 예금보험공사에 넘겨질 수도 있다. 이들 사업장이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부분이 사업 초기인 토지 매입 단계인 데다 여러 저축은행에 지분이 나눠져 있어서다.

○PF ‘저축은행발 한파’ 불안 고조

앞으로 부동산 PF 대출 시장이 움츠러들어 개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도 PF 대출 잣대를 더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기존 대출금 상환을 걱정해야 하는 개발업체들은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저축은행의 몰락으로 초기 사업 자금줄이 막혀 신규 사업 추진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팍팍한 중견 건설사들이 PF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주택전문업체 임원은 “PF뿐 아니라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분양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PF 대출 연장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건설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강해성 대한건설협회 실장은 “시행사 PF 대출금 변제 등으로 건설사가 흑자 도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공사의 공사대금채권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브리지론 보증’과 유동화회사보증(P-CBO) 지원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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